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당시 청와대 모 정책실장이 한 이 비유적 표현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규제완화를 해야 하느냐, 규제강화를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늘상 최대의 고민거리였다.
참여정부 시절은 그 고민이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강남 재건축이 불법투기의 온상으로 지적되자 건설교통부(현재 국토해양부)는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를 만들어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용적률을 높여 강남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생각은 달랐다.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면 투기수요가 더 따라붙어 집값만 더 올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에 대한 기조가 '규제강화'였던 것도 이러한 판단에 기초한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가. 정부는 강남이란 공룡에 소 몇 마리뿐 아니라 코끼리 몇 마리까지 던져줬다. 최근 12·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라는 규제를 풀어 주택 전매를 자유롭게 했고,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2년간 유예하는 정책을 쓴 것이다. 서울시도 2종 일반주거지역인 재건축단지를 3종으로 종상향까지 추진하며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했다.
강남 재건축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완화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진화하던 강남 공룡이 퇴화의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자 정부가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
하지만 그 공룡은 좀처럼 기운을 되찾을 기색이 없어 보인다. 슬쩍 고개만 한 번 들었다 다시 바닥에 얼굴을 내리깔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호가가 오르는 등 잠깐 들썩이던 강남 재건축 매물은 다시 호가가 내렸지만 거래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이 공룡이 기색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앞에 먹잇감이 놓여 있다 해도 씹어먹을 힘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해지고 살기 좋은 환경으로 주변이 바뀌면 뒷심이 강한 이 공룡은 자리를 툴툴 털고 포식활동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한 차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98년 'IMF사태'라는 외환위기를 맞은 국내 부동산시장에 정부는 규제완화 등 퍼주기 정책을 썼다. 시장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환경이 서서히 좋아지자 부동산 가격 상승은 막을 수가 없었다. 지난 10여년 집 없는 서민들의 서러움이 계속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2·7 대책이 향후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다만 한 번의 경험이 있는 만큼 잘못된 정책을 되풀이하는 일은 없으리라,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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