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도 일산시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연예대상'은 수상자 선정에 대한 논란을 막으려는 듯 프로그램 자체에 상을 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다. 이는 매년 시상식 때마다 쏟아지는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방식을 바뀐 뒤 대상은 김영희 CP가 기획한 MBC 코너 '나가수'에 돌아갔다. 노래 잘하기로 자타가 인정하는 가수들이 나와 청중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형식으로 지금까지 예능의 대세로 자리잡은 서바이벌 시스템의 최종 확장판이었다.
'나가수'의 형식은 너무 파격적이었다. 초창기 김건모, 김범수, 이소라, 임재범 등 실력파 가수들이 무대에 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부작용도 컸다. 가수들은 경연을 위해 과도하게 긴장한 나머지 내부에서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연에 승복하지 못하고 '경연은 단 한번'이라는 룰을 깨고 다시 도전한 김건모는 결국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으며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더불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영희 CP 역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그는 남미로 연수를 떠났다. 후임은 신정수 PD가 맡았다. 논란 속에서도 MBC 내부적으로 '나가수'는 효자프로그램이다. '나가수'가 방송되기 전까지 MBC는 일요일 프라임 타임 시간대 예능시청률이 바닥이었기 때문이다. 평균 한자릿수 시청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했다. '나가수'는 논란이 많았지만, 최고 20%에 근접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예능국에 명예를 살려냈다.
결국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나가수'는 대상을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MBC 예능을 살린 김영희 CP와 후임인 신정수 PD에게 주는 상이라고 봐도 된다는 관측도 있었다. '나가수' 연출을 맡은 김영희 CP와 신정수 PD는 '나가수'의 모든 논란을 한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가수'는 대중에게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려줬다. 매순간 기존곡을 편곡해 선보인 무대는 시청자는 물론 청중평가단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나가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수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원년멤버 이소라는 고열로 인해 병원에 실려갈 정도였다. 사회자까지 맡았던 이소라는 남보다 더 큰 중압감에 시달렸었다. 다른 가수 역시 경연에 대한 부담감은 컸다.
노래가 업인 가수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들의 혼신의 무대 덕분에 MBC '우리들의 일밤'은 장수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번 연예대상을 '나가수'가 받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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