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김’에 ‘한국판 버핏세’ 극적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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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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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버핏세’로 불리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방안이 2011년 마지막 날 밤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통과됐다.

죽었던 ‘부자증세’가 세밑 국회에서 극적으로 되살아남에 따라 정부의 감세기조는 되돌리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정부로선 2011년 9월 세법개정안을 낼 때 여당의 요구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고 12월 28일 기획재정위에선 법인세 중간구간 상한선을 양보한데 이어 세번째로 밀린 셈이다.

◇반전 드라마…세율 38%짜리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12월 31일 국회에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내용으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과정은 한마디로 ‘반전 드라마’였다.

최고구간 신설안은 2010년 민주노동당에서 의원입법 형태로 1억2천만원 초과구간을 만들어 40%의 세율을 매기자고 요구했을 때만 해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 부자정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부자 증세론을 들고 나오면서 탄력을 받았다. 특히 미국에선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뜻하는 버핏세 바람도 한국에 불어왔다.

당시 홍준표 대표도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힘을 실었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등도 세부 내용에선 차이가 났어도 최고구간 신설에 뜻을 같이했다.

그럼에도 12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내용이 빠진 채 세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당의 주도권을 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본이득 과세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고 ‘신중론’도 우세했다.

한국판 버핏세는 이렇게 물 건너간 듯 보였으나 곧 반전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52명이 ‘2억원 초과’란 최고구간 신설과 38% 최고세율 적용이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틀 후인 30일에 본회의에 제안한 것이다.

마지막 날인 31일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최고구간을 다시 ‘3억원 초과’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으고 결국 이날 본회에서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감세기조에 치명타…증세 논의 불붙을 수도이로써 정부의 감세 기조는 2011년에만 세 번 밀리며 뿌리째 흔들렸다.

2011년 9월 세법 개정안 발표 직전 정부는 예정대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고 했으나 개정안 발표일의 당정청 협의에서 인하를 철회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중간구간을 신설해 그 구간에 대한 세율은 최고세율보다 낮은 20%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중간구간은 ‘2억원 초과~500억원 이하’였다.

이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기획재정위에선 중간구간 상한선을 ‘200억원 이하’로 낮췄다. 세율 인하 혜택을 될 수 있으면 기업규모가 작은 기업에 한정 짓자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대해선 정부는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 감세를 철회한 마당에 증세까지 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최고구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결국 ‘서민 감세, 부자 증세’의 형국이 됐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한나라당에선 세수입이 7천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추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부담이 커짐에 따라 개입사업자와 법인사업자 간 과세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는 개정법에 따라 과세표준이 3억원을 넘는 소득의 38%를 세금으로 내지만, 법인사업자는 법인세법에 따라 3억원 초과하더라도 200억원 이하이면 2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최고구간 신설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의 경쟁적인 부자증세 논의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당장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관심을 보인 자본차익에 대한 과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201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추상적으로나마 금융소득세제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로선 국회가 결정한 바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금융소득세제 개편은 그렇게 하겠다고 방향성만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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