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재계 관계자는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도 사법 처리 가능성이 있다"며 "이달 25일부터 예정된 다보스포럼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최 회장을 비롯한 최재원 부회장은 1월 20일쯤 출국할 예정이었다.
해마다 스위스에서 1주일간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에는 각국 정관계, 재계 수뇌가 모여 정치와 경제, 문화에 이르는 폭넓은 정보를 교환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한다.
공식적인 의제는 없으며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
다보스포럼은 민간재단이 주최하는 회의인 데 비해 각국에서 총리와 장관, 대기업 최고경영자 같은 유력인사가 대거 참여하는 만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중대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다보스포럼을 중요한 국제 행사로 인식해 꾸준히 참석했던 이유다.
최 회장은 1년 365일 가운데 약 40%인 140일 가량을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자원부국을 위한 글로벌 사업을 펼쳐왔다.
반면 최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다면 재판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보스포럼을 비롯한 모든 글로벌 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 글로벌 현장 경영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2011년 10월 사장단회의를 통해 글로벌 전략을 선포했다.
당시 최 회장은 글로벌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 패키지 딜(Package Deal), 파트너링(Partnering)을 비롯한 다양한 협력모델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패키지 딜은 SK그룹 계열사별로 갖고 있는 고유한 역량을 한데 모아 대형 글로벌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SK그룹 협력모델은 이집트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싱가포르 석유화학공장 착공, 일본 JX그룹과 석유화학사업 합작, 스페인 렙솔과 윤활기유 공장 준공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 비즈니스 모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한 경영 공백은 이같은 글로벌 경영행보에 급제동을 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인재 확보 전쟁'에서도 1년 이상 뒤처질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하려면 그에 걸맞은 인재와 문화,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는 게 그룹 전략이었지만 현재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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