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패트롤> 비 올 때는 우산을 활짝 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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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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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금융부 팀장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은행으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은 중소기업이 300개 이상이었다.

은행 대출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서 외부 감사를 받는 업체만 그 정도 수준이었으니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였던 수많은 중소기업의 사정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올해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그 동안 낙관론을 펼쳐왔던 정부까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하향 조정하면서 대내외 경제 환경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2009년 위기 때처럼 은행들이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살펴보면 올 1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9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은행들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자금 지원에 나섰다가 해당 기업이 부실화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할 때 기술력이나 성장가능성 평가에 소홀한 채 담보를 확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기자가 사석에서 만난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을 무조건 지원하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데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정부가 대출 확대와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요구하면서 시장논리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가 강요하지 않아도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이유가 최소한 두 가지는 있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9%, 전체 고용의 87.7%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수신잔액이 쌓여도 대출을 해줄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기업과 근로자가 위기로 내몰리면 은행들은 도대체 어디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다른 하나는 신뢰의 문제다. 은행들이 해가 비칠 때 우산을 팔고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 행태를 지속하는 것은 위험을 회피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며 신뢰를 상실하면 금융산업은 존립이 불가능하다.

굳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다. 은행 스스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위기에 처한 기업을 돕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다. 은행이 기업과 손을 맞잡고 힘차게 비상(飛上)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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