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영개발 앞둔 '강남 판자촌' 구룡마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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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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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 "민영개발 원하지만 일단 박 시장 믿어보겠다"

서울 강남구 개포2동 567번지 일대 구룡마을 전경. 맞은 편에 위치한 도곡동 주상복합들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공영개발이 된다면 보증금에 월세에 관리비까지 내야 합니다.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는 이곳 주민들이 그 조건에 살 수 있다면 이미 다른 지역으로 옮겼겠죠."        

6일 서울 강남구 개포2동 567번지 일대에 위치한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을 찾았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영개발에 불만을 나타내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구룡마을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무허가 집단 판자촌이 들어서며 형성됐다. 시는 공영개발을, 주민측은 민영개발을 요구하며 10여년간 대립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구룡마을을 공영개발로 개발할 뜻을 밝히며 부지 27만9085㎡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는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다.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오는 2014년 상반기 착공된다.

앞서 지난해 4월 시는 구룡마을을 공영개발로 정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민영개발은 과도한 공원훼손, 개발이익 사유화에 따른 특혜 등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서울시의 지속적인 공영개발 방침에도 주민들은 민영을 고수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마을 곳곳에는 '땅 주인은 구룡주민이다. 민영을 사수한다' '국민의 혈세로 공영개발해 서민을 몰아내려 하느냐' 등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주민들은 개발방식을 두고 시·구청과의 오랜 대립에 지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개발해야 한다면 민영방식을 택할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상에서 옷을 파는 한 주민은 "시에서는 보증금과 월세를 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해주겠다고 하는데, 과연 평생을 살 수 있도록 조정해 줄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어 "민간업체들은 공사 건축비만 받고, 집을 담보로 융자까지 알선해준다고 하니 당연히 민영개발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도 "서울시에서 형평성을 이유로 주민요구를 못들어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민간개발이라도 하도록 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지난 여름에 수해가 나 도배를 하려고 곰팡이 핀 도배지를 뜯어냈더니 나무 판자 반이 썩어 있었다”며 “순조롭게 진행돼도 2014년 착공인데 이렇게 대립하다간 착공할 때까지 이 동네 집들이 버틸지 걱정”이라며 빠른 추진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다.

김원심 주민자치회 부위원장은 “박 시장이 지난해 11월 구룡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공영개발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민영에서 해준다는 조건을 맞춰준다면 꼭 민영개발이 아니더라도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2동 567번지 일대 구룡마을 주택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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