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알짜’ 비상장사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아버지인 이동찬 명예회장과 함께 마우나오션개발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을 50%까지 늘렸다. 그룹내 계열사간 합병으로 신설된 계열사의 지분을 지주사로 되파는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이 회장이 사들인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일 계열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의 주식 7만9545주(발행주식 대비 2.65%)를 추가로 매입했다. 단가는 8713원이고 이번 지분 변동으로 이 회장 보유지분은 24.43%까지 늘었다. 아버지 이동찬 회장의 보유지분인 25.57%를 합치면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50%까지 늘었다.
이 지분은 계열회사인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52.65%를 지주사인 코오롱에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코오롱이 50%만 매입하고 나머지는 이웅렬 회장이 사들인 것.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의 기업분할(지주회사 코오롱·사업회사 코오롱인더스트리)을 통해 지난해 1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최근 계열사간 지분거래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2년 유예시한을 앞두고 벌인 요건 충족 작업인 셈이다.
코오롱글로텍은 지주회사 코오롱의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든지 처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마우나오션개발을 코오롱의 자회사로 편입, 이 문제를 해결했다.
마우나오션개발은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코오롱을 비롯한 21개 계열사를 상대로 128억7700만원의 상품·용역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 400억5300만원 대비 32.15%에 해당한다. 지난 2006년 11월 설립 이후 122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 기업은 5년 만에 그 규모를 3배 이상 늘렸다. 설립 첫해에는 24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거래는 내부거래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마우나오션개발 지분을 오너 일가가 매입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미래 수익을 선점하는 전형적인 투자 사례라는 시각을 제기했다. 현재의 지분을 늘려 향후 회사 가치 상승에 대한 이득을 오너 일가가 선점하는 전형적인‘일감 몰아주기후 증여’수법이 아니냐는 것이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내부거래로 살쪄 온 계열사의 지분을 오너가 추가로 매입한 것은 편법적인 증여·기회유용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로 해석할 수 있다”며 “향후 지분 가치 상승을 통해 경영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작업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요건 충족 작업과 병행해 정보기술(IT), 환경, 레저 계열사를 새롭게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사업군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오너가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매입한 것이지 오너 일가를 위한 증여 행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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