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통합당에서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전체가 쓰나미에 휩쓸리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의 최초 폭로자인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보고받은 바로는 (돈 봉투를 전달한 남성이)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쇼핑백 속에는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돈 봉투를 받았던 전당대회 당시 돈을 살포한 후보 측에서 돈을 다른 의원들에게 모두 살포했다는 의혹을 직접 밝힌 것.
그는 “여러 의원실을 돌며 돈배달을 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며 이를 기정사실화 했다.
고 의원은 이어 “돈봉투 전당대회 문제는 우리 정당의 50년 이상 이어진 나쁜 관행이었다”며 “(돈 봉투 문제와 관련해)여야가 모두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고 의원이 이같이 밝힘에 따라 향후 파장이 여권 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까지 확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고 의원 뿐 아니라 전방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고, 당사자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은 돈 봉투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맞섰다.
박근혜 비상대책 위원장은 이날 “검찰이 모든 부분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해달라”고 강조했고, 황영철 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재 고승덕 의원에 의해 확인된 돈 봉투 사건뿐 아니라 몇몇 의혹이 제기된 부분, 현행법상 불법으로 인정될만한 부분 등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대위는 “당에서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 달라”며 박 의장을 직접 겨냥해 사실상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황 대변인은 “책임있는 행동에 여러가지 있을 수 있고, 당사자가 판단할 것”이라며 “(의장직 사퇴 촉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렇게 해석하라”고 답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고승덕 의원이 누구한테 돈을 받았고, 누구에게 돌려줬다는 것인지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박 의장은 이날 제20차 아시아·태평양 의회포럼(APPF) 총회 개회식이 열린 도쿄국제포럼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당시 혹시 보좌관이 그랬는지 확인했으나 돈을 준 사람도, 돌려받은 사람도 없다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와 함께 자신이 오는 4·11 총선에서 불출마 하겠다고 알려진 데 대해서도 “나는 ‘불출마’의 ‘불’자도 꺼낸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이와 함께 대표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에서도 지역위원장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증언에 따라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영남권에서 활동하는 민주통합당의 관계자들이 최하 50만원을 기본으로, 중간급 100만원, 지역 책임자 500만원의 돈이 건네졌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당대회 ‘돈 봉투’ 문제는 금기시 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만큼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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