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정규직에 비해 고용의 안정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정규직 정원에는 포함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근로기간중 계약 해지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졌다는 푸념의 목소리도 있다.
11일 고용노동부 등 정부와 민간기업 등에 따르면 유럽발 재정위기 심화로 올해 최대의 정책과제로 일자리 창출이 떠오른 가운데 당정의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전환이 고용안정화에 어떤 기여를 할 지 주목된다.
민간기업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다소나마 차별시정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롯데마트는 최근 매장 계산 업무나 온라인 쇼핑몰 배송 등 단순 업무 종사자 1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뽑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정규·무기계약직 2만1000여명 전원에 대해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키로 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기간제 근로자들은 비정규직 차별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업계 종사자들이 반기고 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에 버금가는 고용형태로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당장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7000여명을 어떤 방식으로 전환할 지 지침이 정해진 게 없다.
실제 지난해 말 근로기간이 만료된 일부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은 계약연장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는 노사발전재단은 올해 4~5월이면 근무기간이 2년을 넘기는 비정규직 11명에 대해 지난해 12월 29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서울시 구로구보건소의 간호사 2명도 지난 12월 30일 재고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1년10개월간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에 대한 간호와 건강관리를 해왔다. 구로구보건소는 그러면서도 연내 간호직 4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한국교원대와 인천공항세관 등도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한 비정규직을 상당수 계약해지했다. 정부의 '무기계약직' 전환 지침이 이달말 내려올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규직 도입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무기계약직이 정부가 추진해 온 '고용유연성 확대'와 맥을 같이 한다면 근로기간중 해고를 당하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정책의 발상 전환이 없다면 정부가 올 목표로 내건 28만명의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크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상시적 업무를 해왔다는 것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하며 정규직처럼 일 해왔다는 것이고, 이는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는 것인데 정부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직제를 만들어 오히려 차별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취업자수는 2424만4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41만5000명이 늘었다. 그러나 올해는 세계 경기침체로 취업여건이 예년만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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