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발을 빼기 시작했다. 선박 발주를 위한 선사들의 돈줄이 막혔다. 조선업체에는 선사들의 발주취소 및 인도연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대규모 발주취소 사태가 다시 재발될 조짐이다. 'C(Cancel) 공포'의 그림자가 해운·조선업계에 길게 드리워졌다.
18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발틱운임지수(BDI)가 974포인트를 기록하며 1000포인트선이 붕괴됐다. 국제 건화물(벌크)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BDI가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월 이후 약 3년만이다.
연말 휴가 등 물동량이 줄어 화물 수요는 줄었다. 반면 새로 건조된 배들은 지속적으로 시장에 투입됐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셈이다. 운임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브라질 폭우와 서호주 지역을 강타한 사이클론도 영향을 미쳤다.
컨테이너선 운임도 하락하고 있다. 국제 컨테이너선 운임지수(HRCI)는 지난 11일 기준 467.5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대비 1.3% 하락했다. 2010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가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능성이 유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선박연료유인 벙커C유가는 지난 11일 기준 t당 740달러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중고'로 선사들의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20위 선사 가운데 16곳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선사의 지난해 상반기 누적적자는 3억6000만 달러다.
선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금융권이 지원을 꺼리고 있다. 특히 선박금융 메카인 유럽이 재정위기로 곤혹을 치르면서 사실상 선박금융이 중단된 상태다. '담보인정비율(론투밸류)'도 하락해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중견 선사 관계자는 "신조선 발주를 위해서는 선박금융이 필요한데 금융권이 지원을 중단한 상태"라며 "돈 줄이 마른 선사들이 이미 발주한 선박들을 취소하거나 인도를 늦춰달라고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발주 취소 사태가 벌어졌던 2010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치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총 530여척의 선박이 발주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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