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영기업인 옌다(燕達)그룹의 조평규 수석부회장은 “꽌시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닥쳤을 때 결정적인 한방이자 특별한 수단”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 20년 넘게 현장 비즈니스를 경험해온 당사자로서 그는 ‘꽌시’의 위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꽌시구축에 안간힘을 썼었다. 2000년 초반까지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이후 사회가 투명화하면서 꽌시의 약발이 급격히 약화돼왔다.
◆꽌시는 입찰조건마저 바꿔놓는다
조 부회장은 “사업권 낙찰이나 공급계약 경쟁입찰에 붙었을 때 실력이 없는 업체는 제아무리 꽌시가 있어도 무조건 도태된다”고 전제한 후 “기준을 통과한 업체들끼리 0.1점 이내의 근소한 차이의 경합이 붙었을 때 꽌시는 부족한 2%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그는 “꽌시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 자체가 사업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2억달러규모의 설비구매 입찰에 참여한 우리나라 기업을 도와줬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입찰공고에는 중국 내에 판매법인과 A/S 망을 가진 업체로 제한됐었다. 이 규정을 인지하지 못한채 입찰에 참여했던 우리 기업으로서는 낭패였다. 조 부회장은 개인적인 꽌시를 동원해 응찰 자격을 고치도록 했고 결국 우리 기업이 낙찰받게 됐다.
◆강은 항상 골짜기 아래에 있다
조 부회장은 중국에 진출하는 후배 경영인들에게 “우리 자신이 아닌 중국인들의 코드에 맞추라”고 꼬집었다. 한국인들은 본인이 보고싶은 관점으로 중국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중국에서는 중국의 법과 제도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며 “소득수준이나 사회제도, 민주화정도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관점을 그들에게 맞춰야한다”고 말했다.
중국 비즈니스맨으의 덕목으로 겸손을 특히 강조했다. 중국인들은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보다 겸손한 사람을 더욱 존경한다는 것. 조 부회장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했다. 조 부회장은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그들 아래에 있을 줄 알기 때문(江海所以能为百谷旺,以其善下之,故能为百谷王)“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의 DNA가 눈부신 발전 낳아
조 부회장은 중국의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호구제도의 모순, 농민공문제, 교육불균등, 민주화 요구, 부동산가격 폭등, 의료제도의 미비,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움직임 등을 꼽았다. 하지만 그는 ”7600만명에 달하는 중국 공산당원은 국가의 핵심인재들로, 충분히 중국사회의 안정을 유지해낼 역량을 지니고 있다“며 중국이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중국이 거둔 눈부신 발전의 원인을 묻자 조 부회장은 여러가지 요인 중 중국인들의 DNA(유전자)를 최우선에 놨다. 그는 ”부자가 되고자하는 중국인의 강한 열망이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중국인 특유의 돈에 대한 집념과 기업가 정신이야 말로 중국경제를 단기간에 G2에 올려놓은 토대“라고 말했다.
◆중국진출, 아직 늦지 않아
조 부회장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우선 13억 인구 중 우리나라 중산층에 해당하는 구매력을 지닌 인구가 7000만명에 달한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중산층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그에 따라 거대한 내수시장이 출현하게 된다.
조 부회장은 또한 중국인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 우리가 가진 강점이라고 했다.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로 아직도 감정의 골이 깊지만 우리나라와는 정서적, 역사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 또한 우리 기업에게는 조선족이라는 우호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조선족은 이웃 일본에게는 없고 우리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조선족의 존재는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존재만으로도 큰 도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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