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무엇일까..한유주 '나의 왼손은 왕...'

(아주경제 박현주기자)소설 형식을 파괴하는 작품 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한유주가 세번째 소설집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첫 소설집 '달로'와 두번째 '얼음의 책'에서 보여준 읊조리는 듯한 시적 문장과 기존 서사를 해체하는 시도를 이어가면서도 이번 소설집에서는 언어 자체의 불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확장하며 문학의 본질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계속한다.

이번 소설집에서 한유주는 글쓰기를 일종의 받아쓰기, 혹은 베끼기라 명명한다. ‘쓰기’는 인간의 자유로운 사유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불완전한 행위이지만, 동시에 이 행위 자체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기도 한다. 한유주는 이번 소설집에서 ‘베끼기’의 필연성에 천착하여 인간의 글쓰기 욕망을 바라보고 실험한다.

그녀는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베끼고 있는 행위’ 자체를 독자에게 계속 자각시킨다. 소설 속에서 서사를 압도하고 전복시켜버리는 이러한 극단적 실험을 통해 한유주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문학평론가 강동호는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해 기꺼이 고민해보려는 독자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그 물음의 글쓰기’ 즉, 소설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앎이 끊임없이 무너지고 샘솟으려는 기미로 충만한 자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씨는 2003년 제3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문학동인 ‘루’의 멤버로 활약 중이며 제42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288쪽.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