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설 이후 주택시장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활기를 띠지만 올해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전셋값이 지난해와 마찬가지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경우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본격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에 내집마련 시기를 늦춘 수요자들이 매수세로 전환하면서 집값 회복세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선거’ 변수도 있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시중에 돈이 풀리고 장밋빛 공약이 만발할 경우 집값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언 대우증권 부동산팀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내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재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매매시장 약세 지속 전망=설 이후에도 집값이 약세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설 연휴 이후 전세·매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지만 최근 유럽 금융위기 등 대외 경제 불안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예년 같은 경우 봄 이사철을 앞두고 집값이 꿈틀댔으나 지금은 매수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정부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푼다 해도 대내외 악재가 워낙 많아 현재의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기 악화와 보금자리 주택 공급도 매수세 회복을 꺾는 재료로 꼽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올해 보금자리주택 10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며 “서둘러 기존 집을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집값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요즘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전·월세시장에 머무는 임대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전세 물건은 넉넉하지 못해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전세난이 심화되면 전셋값이 크게 오른 지역의 경우 아예 자금을 보태 내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매매 전환 시도가 수월한 저가 주택시장이나 전셋값이 매매가의 60~70%를 넘는 곳은 매매 거래가 형성되며 가격도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설명이다.
◆집값 끌어올릴 재료도 많아=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주요 변수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센터장은 “국회 계류 법안 처리 여부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도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각종 장밋빛 공약이 시장 회복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거를 앞두고 증가한 시중의 유동성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만약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매매 거래가 잦아지고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내외적 경제 여건 악화로 파급력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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