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사철도 아닌데 '전세 물건' 씨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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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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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단지도 전세 품귀..'뇌관' 터지나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전세 물건이 아예 없어요. 입주 시작 전부터 전셋집 알아보는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지금 와서 찾으면 어떡해요?”(서울 중구 신당동 B공인중개 관계자)

“요즘에는 입주 단지 전셋집도 입주 시작하고 한두 달이면 물건 구하기 힘들어요. 집주인도 호가를 계속 올리고요.”(서울 동작구 본동 G공인 사장)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서울 신당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들에서는 중소형 전세 물건이 씨가 말라 있었다.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하이베르’ 아파트나 한 달 전 입주한 ‘e편한세상’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두 단지의 가구 수를 합하면 1800가구가 넘지만 입주와 거의 동시에 전세 매물이 소진돼 버렸다.

신당동 e편한세상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할 때 e편한세상 59㎡(전용면적) 전셋값이 2억8000만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3억2000만원을 줘도 물건을 구하기 힘들다”며 “이사철이 아닌데도 전세 물건이 너무 빨리 동나 놀랐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지역 전세시장이 심상찮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였으나 새해 들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동작구 본동의 ‘래미안 트윈파크’는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중소형 전세 물건을 얻기가 쉽지 않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이 아파트 59㎡ 전셋값은 3억4000만원 선으로 지난해 말보다 2000만원 정도 올랐다.

본동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 단지에서는 전세 물건이 한꺼번에 쏟아져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곳 흑석동과 본동 일대에서는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했다. 인근 흑석동 뉴공인 관계자도 “내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던 세입자들이 올 들어서도 집값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전세 물건이 워낙 없다보니 집주인이 부른 가격에 곧바로 계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강남권 전세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강동구 고덕시영 아파트의 재건축 이주가 본격 시작되면서 주변 지역 전셋값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고덕시영 인근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와 삼익그린1차 등은 일주일 새 전셋값이 1000만원 이상 뛰었다. 잠실동 잠실공인 관계자는 “송파구 일대도 강동지역 재건축 이주 수요에다 새학기 및 봄철 이사 수요까지 겹치면서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며 “가격이 뛰다보니 집주인들이 내놓았던 물건을 다시 거둬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전세시장이 지난해 가을의 ‘대치동발(發)’ 전세난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지난해 대치동 청실아파트의 재건축 이주로 강남권 전셋값이 크게 움직였다”며 “고덕동 일대에서 촉발된 전셋값 상승세가 봄 이사철과 맞물릴 경우 강남권은 물론 수도권 전역에 걸쳐 전세난이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공급 및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 수요가 늘면 바로 전세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세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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