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플랜트 시장은 2010년 8240억 달러에서 2011년 8800억 달러로 약 7% 증가하였으며, 올해 역시 9400억 달러 규모로 약 7%의 가파른 성장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4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서고, 이 여세를 몰아 2015년 1조11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플랜트 해외 수주는 649억 8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특히 시추선이나 FPSO(부유식 원유정제하역설비) 같은 해양 플랜트의 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 16일 삼성중공업이 2조 6000억 원짜리 세계 최대 크기의 CPF(해양가스처리설비)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그 기세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이는 3000만 원짜리 중형승용차 10만대, 최신 스마트폰 300만대를 일시에 수출하는 규모에 해당한다고 하니, 해양플랜트 수주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플러스 효과가 있는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처럼 플랜트 및 해양플랜트 산업이 차세대 수출 효자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랜트 분야의 외화 가득률은 약 30%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선진국의 40~45%에 비하면 매우 열악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술 경쟁력 열위, 글로벌 마케팅 역량 부족, 인증 인프라 부족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하고 있으나, 플랜트 인증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대형 인증기관의 부재가 그 주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인증(Certification)’이라는 용어가 낯선 독자를 위하여 잠깐 소개를 드리고자 한다. 제3자가 제품, 공정 또는 서비스가 지정된 요구사항에 적합하다고 서면보증서를 발급하는 행위를 보통 인증이라고 하는데, 인증의 대상은 매우 다양하며, 근래에는 안전 및 환경보호에 대한 사항이 인증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증산업은 공해가 유발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녹색산업이고, 기술전문가와 시험 설비를 이용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지식기반 산업이며, 동시에 매출에 비해 일자리 창출 비율이 높은 그야 말로 첨단 기술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증산업의 중요성을 경제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에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보통 무역기술장벽은 WTO체제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데, 바로 인증이 합법적인 무역기술장벽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인증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국 시장의 보호 및 국제 시장 지배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은 어떠한가? 인증을 위해서는 인증 대상품목에 관한 다양한 기술 자료를 검토하고 검증해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인증기관이 인증대상품목에 대한 상세한 기술 자료를 보유하게 된다. 즉, 인증기관이 해당 산업의 기술력 허브(Hub)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자국 인증기관을 소유하지 못할 경우에는 단순히 기술력 습득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술력의 해외 유출까지도 저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인증산업은 모든 산업의 후방산업이자 기간산업에 해당하고, 이러한 역할은 플랜트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플랜트 및 해양플랜트 관련 대형 인증기관이 없어 해외로 막대한 외화가 유출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플랜트 인증 획득을 위해 해외 인증기관에 관련 기술 자료를 제출하게 됨에 따라 합법적인 형태로 기술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미래 먹을거리까지 그대로 내어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더 이상의 국부 및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서라도 국내 인증기관 육성을 통해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으로서의 인증산업 육성에 정부 및 유관업계가 모두 힘을 모아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민간 인증기관인 한국선급(KR)의 수장으로서 국내 인증산업 육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사항을 고려해보기를 희망한다.
첫째, 민간인증 활성화로 국제 경쟁력 확보에 약점을 보이는 법정인증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는 국내 민간 인증획득의 의무화나 인증비용 지원 등의 인센티브 제공, 국내 공기업 및 공단의 3자 인증기관 등록제도 도입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해외 유수 인증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 민간 인증 업체를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육성하고, ASME(미국), API(미국), CE(유럽) 등에 버금가는 국제인증 브랜드 개발을 위한 독자 인증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국내 기업의 인증 획득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상설조직을 신설하여 국내 기업들이 수출시장 개척에서 겪는 인증 획득의 어려움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원스톱 인증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여 해외 인증기관에 대하여는 해외규격인증획득지원, 법인세 혜택 등을 주기도 하나, 국내 인증기관은 이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있는 바, 이러한 역차별 또한 해소되었으면 한다.
미래 먹을거리 창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플랜트 및 해양플랜트 산업, 그리고 이를 받치고 있는 플랜트 인증산업의 활성화를 통하여 수주규모에 걸맞은 외화가득률 확보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플랜트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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