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양대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자중하는 모습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중소서민업종에서 자진 철수하는 중대 결정을 내리고 있다. 호텔신라의 자회사 ‘보나비’가 카페사업 ‘아티제’를 철수한데 이어 LG그룹 방계인 아워홈도 순대·청국장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현대차그룹도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던 베이커리 ‘오젠’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이 같은 대기업의 움직임은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재벌개혁 기조와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치권과의 대립을 원천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치권의 재벌개혁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재계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기치를 높이는 한편, 재벌세 도입 카드를 새로 꺼내들었다. 여당도 출총제 보완책을 만지작거리며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방지 등 재벌개혁 방안 마련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처럼 선거 때만 되면 대기업 때리기가 쟁점이 되는 것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이를 내색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관련 단체들도 재벌세나 출총제 부활 등의 정책들이 아직 공론화되거나 입법화 과정을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식적 대응을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기업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모는 경향이 있어 왔다”며 “사회적으로 반기업정서가 높은 상황에서는 대응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벌개혁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투자와 고용에 앞장설 대기업의 활동 폭을 좁히는 것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재벌세에 대해서는 특히 반감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세가 이중과세 등의 문제가 많은 것을 정치권에서도 알고 있음에도, 재벌세를 거론하는 것은 표심을 의식한 행동이 아니냐”며 “부당한 규제 압박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저해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때리기는 선거 때마다 이슈화 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투명경영에 매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궁극적으로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도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정치권에서도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 아니라 사회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슬기로운 정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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