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씨(서초구 잠원동·53)가 처음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무심코 던진 친정어머니의 핀잔이다.
사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유복하게 자라 지금까지 특별한 어려움이 없이 살았다. 아들 둘이 유학을 떠나면서 한동안 무료하게 지냈다. 그러다 수다로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싫어 2007년 친구를 따라 봉사활동에 나섰다.
박씨가 처음 맡은 일은 서초구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 상담이었다. 일주일에 겨우 3시간, 자원봉사가 필요한 기관과 희망자를 연결해 주는 일이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또 얼마나 계속할지 자신이 없었다”며 “남는 시간에 봉사랍시고 하다 보니 배부른 짓 같아 남 앞에 나서기도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친구들도 “남부러울 것 없는 네가 뭐가 아쉬워서… 오히려 위화감만 조성하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거렸다. 자연스럽게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기도 어려워 한동안은 있는 듯 없는 듯 다녔다.
그러다 박씨는 4년 전 ‘유치원 대상 나눔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스스로가 달라지지 시작했다. ‘보람지기’팀장까지 맡으면서 이왕 시작한 봉사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다.
보람지기는 유치원 나눔 교육을 지도하는 봉사자들의 모임이다. 1년 한한기마다 20명씩 모집해 전문교육과정을 거쳐 봉사활동을 한다. 오는 3월이면 4기를 모집한다. 매월 4주 단위 교육 프로그램 운영으로 대상 유치원도 처음 12곳에서 30여 곳으로 늘어났다.주요 내용은 나눔에 대한 의미와 체험,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감사의 뜻 전달하기 등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자원봉사부문 서초구 구청장상까지 받았다.
박씨는 “특별히 큰 사랑을 준 것도 아닌데 유치원생들이 수업이 끝날 때면 고사리 손으로 만든 종이 하트 목걸이나 팔찌를 만들어 선물을 줄 때 너무 감동해 가슴이 뭉클했다”며 “친구들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며 여러 명이 봉사에 동참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동안 반신반의하던 남편도 지금은 나눔 교육 수업준비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
박씨는 “처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하는 것도 없는데… 나보다 더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도 많은데’라는 생각에 선뜻 나서기 싫었다”며 “그래도 용기를 낸 것은 사회 곳곳에 아직도 나 같은 사람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는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다. 봉사는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허한 내 삶을 채워주는 활력소”라며 “지금은 봉사를 중심으로 제2의 인생 계획표를 새로 짜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면 너무 좋은 분들이 많아 세상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게 된다”며 뜻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보라고 권했다.
최근 박씨는 좀 더 깊이 있는 봉사를 위해 한동안 멀리 했던 책을 다시 들었다. 사회복지와 노인복지 상담에도 관심을 가져 요양사 자격증도 땄다.
앞으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한국어 교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사이버평생교육원에서 하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눈도 침침하고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만 꼭 해내고 말겠다”며 밝게 웃는다.
박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이웃에게 베푼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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