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농촌진흥청은 이화여대·서울여대·경희대와 공동으로 한식 세계화를 위해 지난 2009~2011년까지 3년간 미국·프랑스·일본·중국 등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식에 대한 관능적 기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러 가지 한식 품목 가운데 선호하는 것을 고르는 기존의 조사와는 달리 다양한 레시피의 조합을 통해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조리법을 찾아내기 위해 진행됐다. 이를 위해 조사대상 한식도 양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음식, 나물의 익힌 정도에 따라 질감이 차이가 나는 음식, 닭볶음탕이나 부침개처럼 복합적 맛을 지닌 음식 등으로 선정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는 불고기 양념의 경우 한국의 보통 가정이나 음식에서 맛볼 수 있는 기본 양념에 설탕과 간장을 30%씩 더한 달콤하면서 짭짤한 양념의 불고기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채(샐러드) 양념의 경우에는 식초와 간장을 섞은 약간 새콤한 맛의 초간장 양념을 가장 선호했다. 전통음료 중에는 수정과에 대한 기호도가 가장 높았다.
비빔밥에 많이 쓰이는 나물의 경우 익힌 정도에 따라 좋아하는 질감을 비교한 조사에서 프랑스·일본·중국·한국 소비자 모두 숙주는 충분히 데친 것을 좋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과 호박은 오래 볶지 않은 것을 선호했다. 다만 시금치는 차이를 보여 일본·한국 소비자는 살짝 데친 것을 선호한 반면 프랑스·중국 소비자는 충분히 데친 것을 좋아했다.
여러 가지 맛이 어우러진 닭볶음탕은 간장양념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고추장과 건고추로 넣어 매운맛을 달리해 실험한 결과, 미국·프랑스·중국·한국 소비자는 간장양념에 고추장이나 건고추가 들어간 매운맛을 더 좋아했다. 반면 일본 소비자는 고추장과 건고추가 들어간 매운맛보다 간장양념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침개는 반죽에 쓰이는 밀가루·감자전분·메밀가루 등 전분 배합비를 달리해 비교한 결과, 미국·프랑스·일본·한국 소비자는 밀가루 100%로 반죽한 부침개에 대한 기호도가 높았다. 중국 소비자는 밀가루와 감자전분이 각각 50%씩 들어간 부침개를 좋아했다.
아울러 농진청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일본 간장’을 대신해 우리 간장을 세계화해 보고자 간장의 종류에 따른 쇠고기무국을 평가했다. 그 결과 동양권(중국·일본·한국) 소비자는 진간장보다 국간장을 넣은 쇠고기무국을 선호한 반면, 서양권(미국·프랑스) 소비자는 공통적으로 국물 색이 진한 진간장을 넣은 것을 좋아했다. 이는 관능적 요소 중 외관이 쇠고기무국의 전반적인 기호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진영 농촌진흥청 전통한식과 연구사는 “이번 조사가 관능검사 방법론과 통계적 타당성에서 적합하지만 일부 도시에서 진행돼 조사대상 국가의 소비자 입맛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한식에 대한 외국인의 수용가능성을 탐색하는 데는 귀중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내용 가운데 불고기 양념에 따른 맛 선호도 연구결과는 식품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저널 오브 푸드 사이언스 (Journal of Food Science)’76권 5호(2011)에 ‘불고기의 비교문화적 소비자 수용가능성’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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