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고등교육 책임회피 급급한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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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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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

지난해 5월, 두 눈을 의심했다.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로 뽑힌 황우여 의원이 등록금은 반값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반값 등록금'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값 등록금은 대선 공약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2006년부터 2007년 대선국면까지 반값 등록금을 달고 다녔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선거 후보의 발언과 행보를 똑똑히 기억해내며 괴롭혀 왔던 터였다.

예상했던 대로 충격은 강렬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갑작스런 '반값 등록금' 발언에 놀란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반값 등록금 기사를 쏟아냈으며, 등록금 인상 실태부터 고액 등록금의 원인까지 아무 거리낌없이 등록금을 올려온 대학들은 국민들의 성난 눈빛 앞에 발가벗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6월 임시국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엉뚱하게도 반값 등록금 대책으로 대학구조개혁을 엮어서 국회에 보고했다. 3월 임시국회에서 등록금대책을 보고할 때는 '대학구조개혁'이란 용어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별도로 추진했지만 반값 등록금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자 그 사이에 대학구조개혁은 순식간에 핵심적인 등록금 인하대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 투자비율 꼴찌 수준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쥐꼬리만한 대학 재정지원도 온갖 잡음과 부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부는 성난 민심을 피해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7개월여 시간이 흐른 뒤 똑같은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국립대 학생들이 최근 10여년간 급격히 인상된 등록금이 결국 기성회비 인상에서 기인한 것을 알고 소송을 진행한 결과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등록금의 80%가량을 기성회비가 차지하고 있는 국립대는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최종심에서 패소할 경우 엄청난 액수의 기성회비를 돌려줘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기성회비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국립대는 재정 파탄으로 운영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곧바로 "책임은 국립대 측에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월 임시국회에서 국립대 재정회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책임을 전가하며 슬쩍 빠져나갈 요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국립대 구성원들이 십수년 전부터 반대해온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단계라는 지적을 받아 2008년 말에 제출됐으나 지금까지 계류되어 있는 법안이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기성회계와 일반회계를 통합시킴으로써 현재의 높은 등록금 수준의 문제는 슬쩍 덮어둔 채 법적 근거만 만들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자는 얄팍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의 설립·운영의 주체인 국가가 그동안 눈꼽만큼 재정을 지원해줘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주머니를 털어 대학을 운영해온 부끄러운 현실은 애써 외면해버리고 있다.

국·공립대 비중이 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지만 그나마 재정지원도 어떻게 줄일까 궁리만 하는 정부 하에서 과연 고등교육의 비약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기성회비는 진작에 국가가 담당했어야 할 몫이므로 기성회계를 통합할 것이 아니라 폐지하고,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 국립대부터라도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소송으로 인한 갈등의 소지도 없애고, 대학생과 부모들의 부담도 줄여주는 1석2조 해법이다. 가장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교과부가 학생들과 국민들로부터 도망치고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장관과 관료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겠지만 대학 구성원 전체는 절망의 한숨만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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