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6년 포스코건설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발주한 83억 달러 규모의 라고스~카노 구간(1317㎞) 철도 현대화사업 수주계약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중간에 중국 기업이 차관 30억 달러를 무기로 포스코건설과의 계약을 뒤엎어버렸다. 포스코건설은 2단계 사업인 포트하코트~아부자~마이두그리 구간(1500㎞) 공사라도 수주하려 했지만, 나이지리아 정부가 중국의 차관 제공을 예로 들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건설 강국'이었던 한국이 후발국 중국에 해외시장을 급속히 빼앗기고 있다. 중국 건설업체들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저가 공세로 한국 업체를 위협하면서 해외건설 수주에 적신호가 켜졌다.
12일 해외건설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423억 달러로 한국(591억 달러)보다 2.5배 많았다.
해외시장 점유율에서도 중국은 지난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뒤 2010년 14.9%로 치솟으며 미국(11.7%)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우리나라도 2008년 13위에서 2010년 7위로 순위가 크게 올랐지만 점유율은 4.8%로 중국과 10% 이상 차이가 난다.
중국이 해외건설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중국의 부상(浮上)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주력하는 시장이나 공종이 당장 겹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발전 속도를 볼 때 향후 양국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승훈 해외건설협회 팀장은 "플랜트 분야는 한국이 앞서 있지만 중국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값싼 노동력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이 플랜트나 발전소 등으로 진출 공종을 넓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의 중동지역 건설수주액은 2002년 7억3000만 달러에서 2010년 100억 달러로 늘었다. 2010년 111억 달러를 수주한 한국을 턱밑까지 바짝 따라온 것이다. 또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수주액이 2002년 41억 달러에서 2010년 174억 달러로 늘어난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5억 달러에서 36억 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향후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유럽 업체들도 꼼짝 못할 정도로 중국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2010년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건설시장 점유율은 3.6%로 중국(38.7%)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최필수 박사는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고부가 해외 건설시장 개척과 정부 및 대형 은행들의 금융지원 확대, 제3세계 건설외교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수출입은행이 보증을 서고 중국 금융기관이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 등 '차이나머니'를 새로운 금융조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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