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외국인 자금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지난 3거래일 동안 소폭이지만 잦은 매도주문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기대감으로 지속됐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차츰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는 3~4월로 예정된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 도래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올들어 가장 많은 순매도 금액인 1045억7400만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갔다.
최근 500억원이상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기록된다. 이로써 지난 이틀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빠져 나온 외국인 자금은 1336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에도 약 2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매도를 기록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 현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유럽계 자금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유로존(유로사용 17개국)의 채권이 3~4월 대거 만기 도래하는 상황이라 이들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을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오는 3월에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5개국(PIIGS) 국가들의 국채 931억 유로가 만기를 맞고 4월에는 776억 유로의 국채만기가 돌아온다. 5개국의 올해 국채만기 규모가 6620억 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2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유럽 국가들이 채권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이 순매수한 6.3조원 가운데 유럽계 자금 및 조세회피지역 자금이 53%를 차지했다. 지난 1998년 증시 개방 후 한국 증시를 좌지우지해 온 북미지역 자금은 31%에 그쳤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는 3월 유럽의 채권 만기가 몰려 오면서 유럽계 은행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나서고 있어 유럽발(發)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글로벌 펀드 자금이 순유입 행진을 마치고 순유출로 전환한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우려하게끔 하는 부분이다. 삼성증권은 지난주 전체 글로벌 펀드에서 3억2000만 달러가 빠져 나갔고, 한국 등 이머징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에서도 1억5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9주 만에 처음으로 순유출로 전환된 것이다.
이민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은 이머징시장에서 유동성 장세가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외국인 자금이 단시일 내에 이탈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시되고 있다.
박형중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수급이 외국인에 편중돼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외국계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갈 요인은 많지 않다”며 “국내외 경기가 안정되고 유동성이 계속 공급되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급속한 자금 이탈을 걱정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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