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용환 기자)“결혼이주 여성은 씨앗입니다. 한국은 흙(토양)이고요. 여기에 물이라는 사회적 관심이 더해져 다양한 각국의 문화와 한국 전통 문화가 결합해 새로운 문화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태국에서 환경NGO단체에서 활동하던 우싸 운댕(39) 톡투미(Talk To Me) 사무총장은 2002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처음 한국에서의 신혼생활은 여느 다문화 여성이나 마찬가지였다. 말과 문화가 달라 외출 자체가 힘들었다. 게다가 연이은 아들의 임신과 출산으로 4년을 집에만 머물렀다.
그러다 2005년 배화여자대학의 다문화 교육 ‘해피 스타트’ 강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한국사회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우싸씨는 “해피 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아들 한복을 내손으로 만들었다. 한국이 내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한국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 이었다"고 말했다.
그 후 EBS라디오와 KBS-TV 등 방송 출연이 이어졌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우리 엄마는 태국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것보다 “우리 엄마는 텔레비전에 나온 태국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자주 출연했다.
우싸씨는 행복하게 사는 다문화가정도 많은데 안 좋은 부분만 강조하는 프로그램은 사절했다. 외국인 여성을 외모 중심의 코믹프로 대상으로만 삼는 일부 방송도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반자인 이레사(싱가포르)톡투미 회장은 2007년 KBS의 ‘러브 인 아시아’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다. 다문화 강사와 봉사활동을 함께 다니면서 의기투합했다. 그러다 돈 욕심을 버리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기로 하고 지금의 톡투미를 함께 만들었다.
톡투미는 스리랑카, 일본, 태국, 몽골, 러시아 등 아시아의 다양한 결혼이주여성 10여명이 꾸린 자치봉사단체다. 개개인의 작지만 귀중한 재능을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봉사에 뜻이 있는 이주여성들이 마음을 모았다. 인기가수 박혜경이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우싸씨는 “처음엔 봉사를 하고 싶어도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할 때 마음이 많이 상했다”며 서울 송파구의 치매노인 식사도우미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다문화 음식체험과 김장나눔 행사,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채기가 많이 생겼지만 지금은 넘어져도 웃을 수 있다. 그 만큼 뻔뻔해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우싸씨는 지난해부터 ‘모니카 인형 만들기’ 시민 봉사단을 발족했다. 버리는 옷 등을 재활용해 만드는 모니카 인형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6개 중·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한 모니카 인형만들기 행사를 통해 만든 인형을 어린이 날 등 특별한 날 다문화 가정과 소외계층 어린이에게 선물했다. 회원들이 만든 인형은 인터넷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한국내 외국인 부부 결혼식 비용으로 지원했다. 지금까지 대학생 부부 등 5쌍을 지원해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일반 기업에서도 단체 참가가 늘고 있다. 뜻이 있는 기업들이 단체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형을 만들어 구입하기도 하고 기부도 했다.
우싸씨는 앞으로 결혼이주여성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말하기 도시락’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말하기 도시락은 아시아 각국의 고유음식과 한국 전통음식의 결합을 통한 퓨전 음식 프로그램이다. 음식강좌도 진행하고 도시락도 판매할 예정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활동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가 아니라 육아문제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은 애들을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파트타임 일을 원한다. 말하기 도시락 프로그램을 통해 집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우싸씨는 마지막으로 “톡투미는 아직 회원들을 위한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다”며 법인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자격이나 조건 등 우리의 힘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뜻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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