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중국경제> 中 양회 앞두고 불붙은 국유기업 민영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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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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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베이징에서 발표한 '중국 2030년 연구보고서' 내용에 대해 중국 재야 경제학자인 두젠궈가 단상 위로 뛰어올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세계은행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공동 발표한 ‘중국 2030년 연구 보고서’가 3일 개막하는 중국의 양회(兩會)정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보고서는 지난 30년 간 연평균 10% 가량 고속성장을 거듭한 중국이 경제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향후 20년 내 성장세가 반토막 나는 이른 바 ‘중진국의 덫(Middle-income Trap)'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국회인 양회를 목전에 두고 나온 이 보고서는 중국 차기 권력인 시진핑(習近平)국가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승인 아래 작성된 것으로 향후 10년 간 중국 경제를 책임질 최고 지도부의 개혁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발표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바로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국유기업의 민영화 문제다.

두젠궈(杜建國)라는 한 중국의 재야학자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28일 중국 베이징 기자회견장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는 도중 단상으로 뛰어들어 ‘세계은행, 너희 독약을 갖고 미국으로 꺼져라’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현장에서 배부해 한 바탕 소동을 벌였다.

그는 "미국이 사유화를 추진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이라며 "중국은 국유기업을 민영화하기보다는 보다 엄격히 관리감독하고 세금을 높이는 방안으로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대형 국유기업을 관리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도 이번 보고서 내용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보고서 발표 전에 국유기업 민영화 개혁방안 일부를 대거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에서 국유기업의 민영화 문제는 줄곧 제기돼 왔다.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유기업, 특히 양치(央企·중앙기업)라고 불리는 대형 중앙 국유기업은 현재 핵·통신·항공우주·에너지·전력·철도 등 국가 주요 기간산업에 분포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중국 발개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중국 철도·도로·항공·수리 업종에서 국유경제의 비중은 96.8%, 91.9%, 91.5%, 92.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경제가 국유경제에 기대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비용상승, 효율저하, 부패만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시장경제학의 대부 격인 우징롄(吳敬璉)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의 국가주도형 경제시스템과 부패가 중국 경제발전모델의 전환을 가로막아 지속가능한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국가자본주의보다는 시장경제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상 국유기업의 문제점을 파악한 중국 정부도 최근 국유기업에 대해 서서히 개혁의 칼을 빼들고 있다. 지난 해 국유기업의 국가에 대한 배당금 비율을 5%p씩 올려 사회복지 확대와 경제불균형 시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은행 보고서 발표로 다시금 불붙은 중국 국유기업 민영화 논쟁이 목전 앞으로 다가 온 중국 양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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