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한국의 에너지 자원안보가 순풍을 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20% 달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공기업과 민간의 해외 자원개발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6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정부는 올해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까지 올리고자 한다"며 "확고한 에너지안보를 이룩하기 위해서 오는 2020년에는 35%까지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3개 유전개발 본계약 체결로 한창 분위기가 상승된 후라 이 대통령의 말에 더욱 힘이 실어졌다.
하지만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자원확보를 향한 세계 각국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자원개발의 영토확장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협상력과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중장기 투자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것은 물론 전문인력의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협상을 벌여 계약을 맺는 데만 집중하면서 민관 전체의 유전개발 성공률이 5%에 채 미치지 못하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쿠르드 유전사업에서 경험한 정권 교체 시기에 극성을 부리는 각종 자원개발 게이트도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민관 자원개발 줄줄이
석유자원이 없는 나라에 해외유전개발은 국가 핵심 사업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1년 해외유전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월 현재 공기업 민간을 포함해 세계 55개국 301 곳에서 석유 가스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생산은 53곳에서 진행 중이며 개발 27곳, 100곳에서 활발한 탐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3건의 해외 석유기업 인수합병(M&A)가 성사됐으며 세계 3위 원유 매장국(확인매장량 1150억배럴)인 이라크 생산유전을 최초로 확보했다.
영역도 다양해졌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던 자원개발 사업은 전 세계로 이동했다. 석유·가스에 대한 민간기업의 투자도 늘어 2005년 9억9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자원개발 투자금액은 2007년 22억3000만달러, 2009년 58억1000만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공기업 가운데 첨병은 한국석유공사다. 석유공사는 현재 24개국에서 213개의 석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당시 5만 배럴에 그쳤던 석유 생산량은 지난해 말 22만 배럴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장기적으로는 오일샌드, 셰일오일,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대체 원유 프로젝트에 진출해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작년 3월 미국 아나다코(Anadarko)의 셰일오일 생산광구 지분을 인수해 국내 처음으로 비전통 석유 생산유전을 확보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최근 모잠비크 북부 해상광구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2년치(6800만t)에 해당하는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는 쾌거를 올렸다. 올해 세 차례 더 탐사정을 시추할 예정이라 가스 발견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2009년 세계 7대 유전으로 꼽히는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 개발 생산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2010년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입찰에도 참여, 세계 오일 메이저사들을 제치고 낙찰되는 성과를 거뒀다. 가스공사는 오는 2017년까지 자주개발률은 25%(850만t), 해외수익 비중은 60%까지 각각 높여 기업가치 3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간에서는 SK, GS, 삼성물산, LG상사, 현대종합상사 등이 해외 자원 영토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넘사벽' 아니다
해외 자원개발은 거대한 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수년에서 수십년의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기술력과 경험에서 경쟁력이 우선이다. 전문 인력 양성과 함께 개발과 탐사기술 등 선진국의 집약된 기술력을 따라가야 한다.
또 석유 메이저 회사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운영능력 보유 여부에서 갈린다. 국내 석유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해외에서의 경험을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획득할 수밖에 없다.
대형 자금조달도 관건이다. 해외 글로벌 석유회사나 자원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의 자본·투자 규모는 취약해 파이낸싱이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M&A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원개발은 정부와 민간이 서로 강한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공기업 주도 성향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금력과 네트워크에서 앞선 민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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