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은 지금 공천이 아니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에 모든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집권 여당과 차기 다수당이 될지도 모르는 제1야당의 공천 결과에 따라 향후 총선 전체의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4년 내내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공격하던 이들도 ‘공천의 계절’인 지금만큼은 오로지 자당의 공심위(새누리=공천위)만 바라보고, 비판하는 것이다.
공천 발표가 종반을 향하면서 잡음은 더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공천학살’을 당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탈당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민주통합당 역시 호남지역의 ‘물갈이’와 함께 무소속 출마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천 잡음에 대해 정치권 스스로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당으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천 잡음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해결할 방법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박 비대위원장 스스로도 지난 18대 총선에 앞선 공천에서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한 대대적인 ‘공천학살’의 희생자였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난 4년의 노력이 공천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국회 입성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이 공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말은 결국 매 선거마다 같은 문제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말과 같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실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후보 알고 찍는 사람 드물다”며 “지금도 국민들이 본인의 지역구 후보들을 알고 싶다면 조금만 노력을 하면 알 수 있지만 문제는 알고 찍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람이 아닌 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 일부 유권자들과 이에 결탁하는 정치권의 안일함 때문이다.
또 그것이 하향식 공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정치권을 비판하기 이전에 정치를 만드는 것이 유권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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