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전통기업 흔들..소비자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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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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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유통 순위 변동..트렌드 파악 비상

(아주경제 임재천·김형욱 기자) 1등 기업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식음료를 위시한 유통업계에서 더욱 노골화되는 추세다.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동차시장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이들은 선두를 바짝 쫓는 기업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서슴지 않고 내뱉고 있는 만큼 경쟁은 갈수록 불을 뿜을 태세다.

자고 나면 1~2등이 바뀌는 세상인 셈이다. 특히 전자·철강·조선·항공 등 규모가 큰 업종보다 비교적 기업 규모가 작은 식품·유통업체들의 순위 변동이 잦은 편이다.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30년 이상 1위를 고수하던 피죤은 지난해 경쟁사인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실제 지난해 섬유유연제 시장점유율은 LG생활건강의 샤프란이 43.3%를 기록하며 피죤(28.6%)을 크게 앞질렀다.

피죤은 1978년 출시 이후 2010년까지 무려 32년간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점유율을 15.4%나 잃으며 2위로 밀려났다. 피죤의 몰락은 대주주인 이윤재 회장의 도덕적 해이가 발단이 됐다. 이 회장이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급속하게 추락,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식음료업계 맏형으로 통하는 농심은 최근 생수시장 1위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를 내놓을 처지에 놓였다. 2000억원이 넘는 제주 삼다수의 유통 규모는 농심의 전체 매출 가운데 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소식을 접한 증권가에서는 각종 비관론을 제시했고,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농심은 지난해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신라면의 아성도 팔도의 '꼬꼬면'에 의해 흠집이 간 상태다. 따라서 주종목인 라면에 이어 생수에서도 체면이 구겨진 상태다.

인스턴트 커피믹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0년까지만 해도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동서식품의 맥심과 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가 8대 2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남양유업이 2010년 12월 커피믹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출시하며 조용했던 커피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실제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지 6개월 만에 2위였던 네슬레를 제치고 시장점유율이 10%(대형마트 기준)대에 육박, 1위인 동서식품까지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2010년 기아차가 현대차 중심의 내수시장에 첫 반기를 들었다. 옵티마 시절 힘을 못 쓰던 중형 세단 K5가 2개월 동안 쏘나타를 앞선 것이다. 생산 규모와 판매 대수를 감안하면 '파란'에 가까웠다. 그 해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 K7도 준대형 세단의 대명사 현대차 그랜저의 판매를 앞섰다. 내수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던 현대차가 40% 전후인 반면, 기아차는 30% 후반으로 격차를 바짝 좁혔다. 현대차가 업계 1위 자리에 안주하는 가운데 기아차가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로 경쟁력 있는 신차를 쏟아낸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한국GM의 7인승 패밀리카 쉐보레 올란도가 개가를 올렸다. 경쟁모델인 기아차 카렌스가 신차를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실용성에 독특한 디자인을 더한 것이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수입차 업계에서도 '반전'이 일어났다. 1월 출시한 토요타 중형 세단 뉴캠리가 721대 판매되며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BMW 520d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최저 3000만원대 초반의 낮은 가격, 그랜저 등 국산차를 겨냥한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1등 기업들의 매너리즘이 후발업체들의 야성을 자극한 것"이라며 "선후발 업체간 다양한 경쟁으로 소비자는 기존에 제공받지 못하던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지만 1위 업체들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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