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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아프간 민간인 사살로 양국 관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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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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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재욱 기자) 아프간 주둔 미군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칸다하르주에서 민간인 16명을 사살한 뒤로 양국 관계는 급격하게 냉랭해졌다. 전날까지는 미군의 코란 소각에 따른 반미 감정에도 양국은 ‘전략적동반협정’에 합의하기로 잠정 동의하며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 이 협정에는 미군 주도의 나토군이 2014년까지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하고 미국이 아프간 재건을 돕도록 하는 안이 담겼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민간인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주장이 거세다. 알카에다는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경고했다.

12일 로이터 보도를 보면 아프간 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아프간인들은 외국군대의 극악무도한 만행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는 “전략적동반협정 체결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달 미군의 코란 소각 행위에 반미 감정이 들끓던 와중에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칸다하르주의 한 상인은 “우리가 미군에게서 본 덕은 거의 없다. 반면에 그들은 우리의 삶과 존엄, 조국을 앗아갔다”고 알자지라 통신에 말했다. 한 주민은 “사과와 변명으로 죽은 사람이 살아나진 않는다”면서 “미군이 떠나는 게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한 대학생은 “미군이 당장 떠나야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탈레반이 세력을 키우더라도 미군이 주둔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아프간의 반미 여론으로 미국의 출구전략에도 차질이 빗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하지만 미국은 아프간에서 조기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미군의 조기 철군 가능성은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피츠버그의 CBS 제휴사인 KDKA에 출연해 “우리는 서둘러 아프간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책임 있는 방식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철수한 뒤 미군이 다시 아프간에 투입돼야 하는 상황은 피해야한다”고 말하며 예정된 주둔기간을 채워야 할 당위를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미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아프간 내 탈레반 입지가 어떻게 될지에 주목했다. 사건 발발 후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 단체는 성명에서 “이상 심리를 가진 미군 야만인이 유혈이 낭자하고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비판하고 꼭 복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건이 발발한 칸다하르주는 나토군과 탈레반의 충돌이 잦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짚었다.

한편 민간인을 살해한 미군은 4차례나 참전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사회 부적응 현상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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