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놀아난 광동제약 "삼다수 유통권 6시간 만에 물거품"

(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광동제약이 500억원 규모의 '제주삼다수' 소매점 유통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6시간 만에 물거품이 됐다.

제주지법은 15일 농심이 개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절차진행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개발공사는 입찰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주문, 담보 15억원 제공조건으로 전부 인용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개발공사가 이날 오전 광동제약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발표한 후 불과 6시간만에 효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만일 이 사건 입찰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에 법적 분쟁이 복잡하게 전개될 뿐만 아니라 신청인의 권리가 침해돼 회복하기 곤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입찰절차를 긴급히 중지시킬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므로 담보제공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법원은 지난해 12월에 농심이 신청한 '조례효력정지 가처분'과 '삼다수 공급중단금지 가처분'을 인용된 데 이어 이번 '입찰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까지 모두 받아들였다.

삼다수 공급중단금지 가처분은 제주지법에서 기각되어 농심이 항고해 광주고법에서 승소했고, 조례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에 대해 제주도 측이 항고한 것은 지난 14일에 기각됐다.

법원이 농심 측의 손을 든 것이다.

이와 관련, 농심 관계자는 "법원 역시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에 최대한 빨리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 진행된 모든 입찰 절차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삼다수 소매점 유통 우선사업자로 선정된 광동제약은 "제주도개발공사의 입장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 제주도개발공사의 지나친 과욕

우선협상자 선정과 관련, 6시간 만에 번복된 것은 제주도개발공사의 지나친 욕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매출이 1900억원 가운데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 발생하는 1500억원에 대한 유통권은 제주도개발공사가 직접 챙기고, 나머지 500억원 수준인 소매점 유통권만 입찰에 내놓은 것부터 잘못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입찰에 참여한 기업에게 '제주도 기여'라는 항목을 만들어 평가한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되기 위해 삼다수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제주도에 설립된 가산장학재단의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에 옥수수 수염차 원료인 옥수수계약단지 조성, 광동한방병원 제주도 분원 설립, 광동제약과 산하 기업의 제주도 인재 채용, 제주도 자연경관 적극 홍보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4년 동안 600억∼7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함께 제안했다.

생수 판매 순익률이 5% 전후 임을 감안하면 광동제약이 연간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5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제주도에 7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

이번 판결과 관련, 농심 관계자는 "삼다수를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농심은 제주도개발공사와 계약에 대해 위배됨 없이 성실히 이행해왔고, 앞으로도 제주삼다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개발공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가처분 신청'을 무시하겠다는 답답한 입장만 내놓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 도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실제 제주도개발공사 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려면 2~3년 걸리기 때문에 판결 전까지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고법의 판결을 무시하고 대법원 판결에 전적으로 의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한 발언"이라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제주도개발공사는 판결이 나기 전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