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례대표, 원칙 포기한 무개념 공천으로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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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2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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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여야의 비례대표 후보 심사가 당초 직능대표 선정 원칙을 저버리고 계파 나눠먹기, 달래기, 돌려막기 공천을 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이공계 등 특정 직능을 우대하면서 비리의혹으로 사퇴한 공직자 출신과 여당에 우호적 언론인을 비례대표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당직자 홀대론도 여전했다. 민주통합당은 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의 제안에 최고위가 일방적으로 개입해 거부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20일 새누리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46명 중 언론인 출신은 1명이다. 이상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당선 안정권인 10번을 받았다. 언론인이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에 따라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지만 비례대표는 예외다.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여당에 우호적이고 야당에 비판적인 칼럼을 최근까지 써온 언론인을 비례대표로 선정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지난 15일 '김무성의 진가'라는 마지막 칼럼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의 '백의종군'을 다루며 "김 의원의 결단은 총선 구도를 바꾼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이 전 논설위원은 지난 7일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한 관훈클럽 토론회의 패널로 나서기도 했다.

비례대표 후보 15번에 오른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에 대해서도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차관은 지난 2008년 2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만 신청할 수 있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거주지인 서초구청에 신청했다가 논란이 되자 그해 10월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차관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토지 및 직불 신청은 금년(2008년) 초 남편이 직접 농사를 지을 것을 고려해 신청한 것"이라며 "올해 8월 토지를 이미 매각했기 때문에 신청 자체는 이미 무효"라고 해명했다. 그는 2009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쌀 직불금 신청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위장전입 의혹도 있다. 이 전 차관이 서울시 6급 공무원 신분이던 지난 1986년 4월 안성시 땅(밭 6896㎡, 논 487㎡) 매입을 위해 주민등록을 이전한 뒤 외지인 거주기간 6개월을 채우고 땅을 사들인 지 15일 후쯤 주민등록을 서울로 이전했다.

이 전 차관은 당시 남편이 노후에 살기 위해 사들인 땅이라 매입 사실을 몰랐고 주민등록 이전도 남편이 다해서 공직자 재산등록 서류를 뗀 후에야 알게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공천위가 도덕성은 심사를 안 한 것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공천 심사에서도 당직자는 소외됐다. 당선권과는 먼 30번부터 후순위에 배치됐다. 30번 이동주 기획조정국장, 32번 이원기 대변인 행정실장, 42번 이민수 총무국장 등이다.

한 당직자는 "기가 막힌다. 다들 20년간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다"라며 "당에선 매번 선거 때마다 다음 총선에선 당직자들을 배려하겠다고 말만 해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통합당도 계파 나눠먹기 공천으로 얼룩졌다. 특히 비례대표 공심위가 추천한 후보자를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제외하면서 문제가 됐다.

실제 공심위는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정대화 상지대 교수를 당선 안정권인 10번에 추천했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당무위원회로 넘겨진 공천 최종안에는 정 교수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13명의 공심위원들의 개별 평가를 바탕으로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평균점수로 매겨진 후보 순번을 최고위가 일방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특히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진영 인사 등 15명가량을 미리 사실상 내정해놓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극심한 당내 분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에서 모바일 투표로 조직동원 선거를 치르더니 비례대표마저 계파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며 "공천과정을 거치면서 왜 우리당 지지율이 하락하는지 지도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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