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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삼성SDI 사장(오른쪽)이 27일 충남 천안시 남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열정락서'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천안=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으로 있을 당시의 일입니다. 드라마폰이 나왔을 때 디자인을 제외하고 기술적으로는 크게 좋은 점이 없었어요. 근데 내가 가격을 높게 측정하곤 그 아래로는 절대 안 된다고 했죠. 영업하는 직원들은 못 판다고 했지만, 결국 이익률이 40%가 넘었습니다. 연애에서의 ‘밀당(밀고 당기기)’처럼 조금 비싸게 구는 것. 이게 바로 삼성의 브랜드 전략이죠.”
27일 충남 천안시 남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열정樂서’에서 강연자로 나선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삼성전자 입사 후 삼성 최초 글로벌마케팅 책임자를 거쳐 지금의 SDI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소개했다.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박상진 사장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삼성테크윈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전략 마케팅’통이다. 특히, 1999년 삼성전자 초대 글로벌마케팅실(GMO)장으로서 삼성전자를 세계에 알린 1등 공신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부터는 삼성SDI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 중 2개(태양전지·전기자동차용 전지)를 책임지고 있다.
이날 박 사장은 “입사 후 진짜 인생의 마라톤이 시작되는데, 내 마라톤의 여정 중 가장 열심히 뛴 구간은 마케팅 분야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람들이 명품을 왜 좋아하는가. 그건 희소성 때문”이라며 “삼성의 브랜드가 지금과 달리 체계가 없던 시절, 희소성을 중요시하는 ‘부띠끄의 원칙’을 삼성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이 말한 ‘부띠끄의 원칙’은 품질 좋은 제품을 적게 만들어 비싼 가격에 파는 것. 그는 “삼성의 브랜드 원칙을 세울 때 제품의 질과 디자인을 믿고 가격을 올렸다”며 “좋은 제품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하는 마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사장은 브랜드 가치 향상을 연애에서의 ‘밀당’에 비유했다. 그는 “제품을 사달라고 조르기 보단 소비자가 필요한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조금 비싸게 구는 것도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에서 뿐만 아니라 아내와 연애할 때도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며 “도봉산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한 뒤에 미끄러운 길로 인도했더니 아내가 먼저 손을 잡더라. 결혼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사장은 “마케팅은 마음과 마음 사이에 길을 내는 작업”이라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친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보니까 외국인들은 중요한 얘기 전에 꼭 농담을 하더라. 나 또한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미식축구나 야구, 음식 등에 대해 공부했다”며 “관계를 형성하다보니 비즈니스 또한 술술 풀렸다. 진지해야 하지만 상대와 친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정말 중요한 순간에 한 칼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장을 가득 메운 1500여명의 학생들을 향해 박상진 사장은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사장은 ‘거족거이(巨足巨耳)’라는 말로 자신이 걸어온 삶을 압축했다. 그는 “많은 경험과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며 “호기심을 바탕으로 체득한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중요한 재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매일을 짜임새 있게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며 “한 번 뿐인 인생, 열정을 다해 몰입으로 승부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박재순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 VTR수출1과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박 사장은 박 부사장을 “나보다 더 지독하게 일한 후배”라고 소개하며 “당시 사흘 밤을 새고도 후배들과 술까지 거하게 먹는, 엄청난 체력과 열정을 가진 후배였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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