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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1년 신년사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며 꺼낸 말이다. 개방된 목초지에 너나 할 것 없이 소를 몰고 들어와 풀을 먹게 하면 공유지가 황폐화되어 결국 많은 소들이 굶어죽게 된다. 즉 지나치게 사리사욕을 채우려 들면 결국 자신을 포함해 공동체 전부가 망하게 된다는 뜻이다. 당시 나라 곳간을 지키던 수장으로서 너나 할 것 없이 복지공약을 들고 나와 흥청망청 돈을 써대려는 포퓰리스들을 향해 던진 경고 메세지였다.
윤 전 장관의 경고대로 지금의 국가재정 상태는 별로 좋지 않다. 한국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GDP의 무려 6.5%에 달하는 재정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썼다. 이는 OECD 국가 중 GDP 대비 가장 큰 규모다.
다행히 외신들로부터 ‘교과서적인 경기회복’이라는 찬사를 듣기는 했지만 재정은 크게 악화됐다. 국가 빚은 지난 3년간 94조원이나 늘었고 (관리대상) 재정수지는 3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12년 복지예산 86조원은 중앙정부 총예산의 28%를 차지한다. 지난 6년간 복지예산은 연평균 17.4% 증가해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 7.1%보다 2.5배나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나 민주당은 2009년 한국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 9%는 OECD 평균 20%의 절번도 안 된다고 공겨한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1997년 3.8%에서 2008년 8.3%로 급격히 늘었고,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6년 뒤에는 20%에 달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GDP 대비 복지예산 규모는 피그스(PIGS)의 그리스 20.2%(2008년)와 같은 수준이 되며 이탈리아 18.8%를 넘어설 뿐 아니라 OECD 평균 15.2%보다 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이 모든 복지논쟁, 특히 정치권의 복지논쟁은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유럽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1960년대 유럽의 정치인들은 모든 시민에게 고용안정과 생활보호를 보장하는 ‘통합된 사회’의 미래비전을 제시했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복지와 재정을 늘렸다. 20세기 후반 유럽 각국의 GDP 대비 정부지출의 비율은 대부분 2배 이상 올랐다. 그 결과 오늘날 유럽인들은 더 이상 안전한 직장과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
21세기 EU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최하 수준이다. 2011년 말 EU 27개국 평균 실업률은 9.3%에 이르렀다. 이러한 불황은 특히 청년들에게 영향을 끼쳐 청년실업률은 21.8%를 기록했다. 2011년 2분기에 OECD 9개국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이 무직이었다. 이들 모두가 유럽 국가였다. 특히 스페인은 42%였다.
이제 유럽이 활력을 되찾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세기 후반 OECD 23개국의 GDP 대비 정부지출비율은 25% 미만에서 60% 이상으로 커졌지만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6.6%에서 1.6%로 떨어졌다. 국민의 복지부담이 늘어남으로써 민간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자는 늘어난 것이다. 이제 유럽의 부유한 아버지들이 만든 복지통합 사회비용을 그의 가난한 아들들이 대신 치르고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들은 유럽의 상황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막고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 한다.
포퓰리스트들은 유럽 국가들이 방만한 복지재정 지출로 국가재정 위기사태를 맞이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OECD 수준으로 복지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0년 나라 빚이 394조4000억원에 달했고, 그 빚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012년에는 448조원으로 적자성 채무가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복지를 내세우며 OECD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은 “왜 한국은 망하는 것까지 OECD국가들에 뒤지느냐”라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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