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소설을 쓰는 것은 자신과의 계약입니다. 내면의 변화를 써내려가는 것이죠”
중국 문단의 중견작가인 쑤퉁(蘇童)이 얼마전 한국을 찾았을때 남긴 말이다. 쑤퉁은 독자가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며, 이야기속에서 소통과 공감을 이뤄낸다고 강조한다. 소설에 대한 그의 진중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쑤퉁은 위화(余華), 모옌(莫言)과 함께 한국에 널리 알려진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문학작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이머우(張藝謀)감독, 공리(巩俐)주연의 홍등(紅燈)의 원작(처첩성군(妻妾成群))의 원작자로 더 유명한 그는 1963년 장쑤(江蘇)성에서 태어나 1984년 베이징(北京)사범대 중문과를 졸업했다. 1983년 ‘여덟번째 동상(第八個是銅像)’이란 단편소설로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 선봉파(전위주의) 작가로 활약하다 90년대 이후부터 역사주의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쑤퉁은 소시민들의 일상과 약자들의 삶, 그들의 감정과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한다. 현실 사회에 대한 풍자도 매우 날카로운 편이지만 정치와 이데올로기에서는 한발 비켜나 있다.
수려한 문체와 탄탄한 플롯, 뛰어난 개성으로 장쑤문학예술상, 충칭(重慶)문학상, 상하이(上海)문학상, '아시아의 부커상'으로 불리는 맨 아시아상 등을 수상했고 세계적인 중국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한국과 중국간의 문학교류가 물꼬를 트면서 한국 서점에서도 그의 저서인 <이혼지침서>, <쌀>, <나, 제왕의 생애>, <다리 위의 미친 여자>, <측천무후>, <성북지대>,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 등의 번역본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은 너무나 매력적이예요. 일상 속의 소소하고 어이없는 생각에서 비롯되거든요. 소설의 소재가 아니더라도 일상과 삶이 중요한 예술적 원천, 창작의 동기임은 분명해요”
쑤퉁은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소외계층의 삶과 일상에 주목한다. 대표작인 ‘쌀’에서도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그는 1920~3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고향을 떠나 쌀집 점원이 된 순박한 시골청년이 생존을 위해 악인으로 변하고 파멸을 맞는 이야기를 적나나하게 그려내 물질문명속의 인간성 상실문제를 냉철하게 꼬집었다.
홍등의 원작 소설 처첩성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쑹렌(頌蓮)이라는 한 여인이 봉건사회 첩으로서 겪는 심리적 갈등과 정서적 황폐함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첩 제도와 가부장제의 폐해를 꼬집었다. 독자에게 이야기를 통해 슬픔과 충격을 안겨줌으로써 이 시대가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일상속의 그는 찻물을 끓이는 기다림의 순간에 가슴 설레고, 따뜻한 차 한잔에 감동하는 소박한 인물이다. “달팽이, 달팽이는 자신의 껍질 속에 숨어 자신만의 삶을 살죠. 나도 그저 집에서 책을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삶이면 만족합니다.“ 작가 쑤퉁은 속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범한 소시민적 삶을 희구하는 이웃 아저씨와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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