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폭등 '가로수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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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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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변호사(이종명 법률사무소 대표)

'가로수길'은 강남구 신사동 신사역에서 현대고등학교에 이르는 2차선 도로다.

700m 남짓한 도로 양쪽으로 빽빽이 늘어선 은행나무 가로수가 아름다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거나 들러보았을 것이다. 거리를 따라 늘어선 아담한 카페, 레스토랑, 꽃집, 우아한 화랑, 그리고 라틴댄스 클럽까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일본·중국까지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가로수길의 아름다운 정취 이면에는 이곳 상가 상인들의 애환이 숨겨져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임대료 폭등과 건물 명도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가로수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젊은이는 최근 상담을 하기 위해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와 800만원 하던 월 임대료가 3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하소연을 했다.

명예퇴직을 한 또다른 김씨는 상가 한 칸을 지난 2011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보증금 4000만원, 월 임대료 265만원, 권리금 1억원에 임차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뛰어난 음식솜씨와 친절한 서비스로 짧은 시간에도 인기 음식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건물 주인이 돌연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으니 건물을 명도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 왔다. 김씨에게는 한 마디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벌률적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하면 최소 5년간의 계약갱신권이 인정된다. 이는 임차인이 전 임차인에게 다액의 권리금을 지급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상 최소 5년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함으로써 권리금은 물론 영업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입법자의 결단이 반영된 규정이다.

문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환산보증금이란 '보증금+월차임×100'을 한 금액이므로, 김씨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보증금 4000만원+월차임 265만원×100'을 하면 3억500만원이 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결국 김씨는 권리금 1억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일궈놓은 레스토랑의 유·무형적 성과들을 잃어버리고 임대인의 요구대로 단 1년의 임대차기간이 종료하면 건물을 명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를 생각한다면, 임대차계약 체결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계약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라면 장기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단기계약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권리금이 권리금이 없거나 적을 경우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만 임대차기간 종료시 계약갱신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가로수길이 지금의 명성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김씨와 같이 친절과 정성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내몰고 높은 임대료를 챙길 수 있는 패션몰로 메웠을 때도 가로수길은 과연 지금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쎄, 김모씨의 레스토랑을 찾아 가로수길에 왔던 사람들이 단골집이 속절없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가로수길을 찾을 이유는 없어질 것이다. 새봄을 맞이하며 쇠퇴해질지 모르는 가로수길을 생각한다면 건물주들이 긴 안목을 가지고 임차인들과 공존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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