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세금폭탄에 서민 두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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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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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류세 인하론 가열…정부만 모르쇠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경기도 일산에서 보험 영업을 하고 있는 안모(41)씨는 연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기름값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평소 고객들과의 만남으로 이동거리가 많은 편인 안씨의 차종은 NF쏘나타. 최근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60원 안팎을 기록하면서 쏘나타 70ℓ용량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14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러나 막연히 국제유가 탓으로만 돌렸던 안씨는 최근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이라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휘발유에 세금이 많이 붙는다고 하지만 피부로 잘 느껴지지 않을 뿐더러 유류세의 경우 교통세와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 구조가 복잡해 운전자들이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안씨는 "고유가시대로 인해 한 달 평균 35만원 이상을 기름값으로 지출하고 있다"면서 "1년 동안 자동차세를 포함하면 차 한 대로 고스란히 250만원의 세금을 내고 있는 꼴"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배기량 2000cc 승용차를 소유한 안씨의 경우 자동차세와 휘발유에 붙는 세금까지 합하면 '자신도 모르게 부담하는 세금'이 5가지가 넘는다.

휘발유 유류세는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로 구성된다. 휘발유 1리터당 475원으로 정액이던 교통세는 2009년 5월 탄력세율 11.37%(54원)가 적용되면서 529원으로 고정됐다.

교통세에 따라 정해지는 교육세(교통세의 15%)는 79.35원으로 8.1원, 주행세(교통세의 26%)는 137.54원으로 14.04원 각각 올랐다. 여기에 부가세 10%가 추가된다.

ℓ당 휘발유 2060원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유류세와 부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25%(932.15원)로 세금이 절반에 해당하는 셈이다.

게다가 6월 말과 12월 말 두 차례 납부해야 하는 자동차세가 2000cc 승용차(비영업용)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연간 약 52만원이다.

사업자인 주유소들이 챙기는 마진과 유통비, 카드 수수료 등을 모두 합쳐도 휘발유 가격의 3%가 안 되기 때문에 유류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24일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한국의 유류세는 주요 선진국인 미국, 영국, 유럽, 일본을 앞질렀다. 소비자 구매력 기반을 바탕으로 휘발유 세금은 한국이 리터당 미국의 6.76배, 영국의 1.49배, 유럽의 1.76배, 일본의 1.33배에 달했다.

소시모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OECD국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기반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과 세금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부가 유류세를 낮춰 휘발유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 인하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기름값이 주춤하고 있는 만큼 최근 내놓은 유가 종합대책의 효과를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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