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북경대외경제무역대 학군봉 교수가 ‘장자(莊子)와 연암(燕巖)’이란 주제로 발표를 한다.
그밖에 동아시아에서 전승된 공자형상을 다룬 윤주필(단국대), 중국의 문인 왕세정(王世貞)과 조선 문인 김창협(金昌協)의 사기(史記) 이해를 비교한 박경남(성균관대), 그리고 삼국지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재창작되었는지를 다룬 조성면(인하대)의 논문 등이 발표된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우리나라의 셰익스피어로 일컬어질 정도로 실학파를 대표하는 문인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렇게 근대지향적이고 민족적 성격을 강조하는 실학 연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 대표적 사례가 연암에 대한 노장 철학적 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인하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올해 북경의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로 임용된 학군봉 교수는 ‘연암 박지원의 장자수용과 우언글쓰기’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이 발제문에서 해학과 우언을 아우르는 연암의 글쓰기에서 장자라는 존재 역할과 위상이 그야말로 뚜렷하다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호질'처럼 우언으로서의 특성과 묘미가 두드러지는 몇몇 특정 작품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연암 연구의 지평을 ‘의미망의 구축과 문답전개’라는 우언글쓰기라는 측면에서 깊이 있게 고찰한다.
연암은 장자를 창의적으로 수용하여 부조리한 현실의 비판이라는 맥락에서 주체의 마음가짐과 상대주의적 인식방법을 강조하는 글쓰기를 시도했다.
연암의 글에는 자주 맹인과 소리(聲)가 주제적 의미의 메타포적 표상으로 등장한다. 그것들이 갖는 상징성은 여러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궁극적 의미 지향은 최종적으로 당시 현실에 대한 참된 인식으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연암이 맹인에 대한 메타포적 시선과 소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궁극적으로 외물 대상의 물성(物性)에 대한 남다른 통찰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장자에 연원한 전복적 인식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암의 글에서는 또 문답법이 절묘하게 구사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위(奇偉)한 담변(談辯)’으로 이루어진 대화 위주의 설변(舌辯)은 대상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예리하게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라고 하는 장자의 ‘부지(不知)’ 화법의 절묘한 구사는 연암이 뛰어난 문장가이면서 논변가로서의 모습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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