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정례 청문회에서 “재정 긴축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유로존이 가장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성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구조조정과 경쟁력 향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이에 대해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경제회생의 전망에 대해 기대치를 낮춘것이라고 진단하고 ECB가 시장에 개입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필요하면 추가적인 통화긴축 완화 정책에 나설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날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당장 추가부양책이 필요없으나 상황이 요구하면 추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 자리에서“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물가가 정책 목표치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면 초저금리 유지, 더 나아가 시장 유동성 공급 등 부양 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의향을 표시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날 FOMC회의에서 구체적인 추가 부양 언급이 없었다는 시장의 회의감을 상쇄시켰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 성장세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완만하게 유지되다가 점차 강한 회복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했다.
유럽과 미국 경제 지도자들사이에 이처럼 경기부양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는 유럽의 긴축정책과 이에따른 경기하강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의 경기 부양론은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등 유로존 구제금융 지원의 핵심 국가들이 시행해온 긴축안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얻고 있다.
다음달 초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가 점쳐지는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지난 23일 유럽의 긴축안에 대해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준다”고 비난하고 경제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랑드 후보는 당성되면 신재정 동맹의 재협상을 추진하고 유로존 채무를 금융 인프라 프로젝트와 금융거래세를 도입해 연계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재정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신재정 동맹에는 27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국이 서명했다.
또한 지난 23일 마크 루트 총리를 비롯해 네덜란드 내각은 긴축예산안 합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강도 높은 긴축안 합의 실패로 현재 ‘AAA’ 최고등급인 네덜란드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로존 경제강국인 영국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에 걸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더블딥에 빠졌다.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0.3% 감소한데 이어 1분기에도 0.2% 감소했다. 그럼에도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완화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며 긴축정책을 고수했다.
앞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쳤던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도 모두 더블딥에 빠진 상태다.
FT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ECB가 최근 정치 경제적 사건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다고 강조했다.
긴축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메르켈 총리는 25일 “우리에게는 지금 성장이 필요하다”며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일부 지지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유럽의 경제 성장을 위해선 긴축과 구조적인 개혁이 병행 돼야한는 입장을 고수했다. 메르켈 총리는 “단지 정부의 부채를 증가시킨 경기부양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가능한 형태의 성장 지향이 필요하다”며 유럽은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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