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30일 오전 11시 경찰청 대강당에서 제16대 조현오 경찰청장 이임식을 거행했다. 이날 이임식에는 김기용 경찰청장 후보자와 경찰 지휘부 등 450여명이 참석했다.
조 청장은 이날 “수원사건과 성매매업소 유착비리로 경찰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하는 것으로 이임사를 시작했다.
이어 조 청장은 룸살롱 황제로 알려진 이경백씨의 뇌물사건으로 드러난 경찰의 비리 문제를 사과하면서도 경찰의 부패 척결 노력으로 비위가 많이 줄어든 것을 강조했다.
그는 “2006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연평균 83건 발생하던 금품수수 비위가 작년에 13건으로 줄어들고 특히 작년 9월 23일 이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사구조개혁과 경찰력 증원도 언급하며 “이는 조직 이기주의나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물러나는 조 청장은 외무고시 15회 출신으로 외무부에서 근무하다 1990년 경찰에 입문, 부산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0년 8월 제16대 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다음은 이임식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수원 사건과 성매매업소 유착비리로 경찰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곪은 상처를 미처 도려내고 치유하지 못한데 대해 경찰청장으로서의 잘못과 책임을 통감합니다.
13만 경찰 동지 여러분!
다행히, 김기용 후임 경찰청장은 덕망과 능력을 겸비한 훌륭한 분입니다. 김기용 청장을 중심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잘 해주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경찰 동지 여러분!
푸른 꿈을 안고 ‘경찰의 길’에 들어선지 어느덧 스무 해를 훌쩍 넘겼습니다. 지난 날의 영광과 보람, 회한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예상치 못한 위기도 있었고 안타까운 고난과 역경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행운아였습니다.
늘 곁에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동지 여러분이 있었기에 어떠한 어려움도 거뜬하게 헤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한 사람의 경찰관으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동료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찰청장으로서의 소임을 마무리하면서 여러분과 함께한 1년8개월을 돌이켜봅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슴 벅찬 보람의 연속이었습니다.
변화와 개혁의 열망으로 우리 모든 경찰이 하나 되어 열과 성을 다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켠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더 나은 경찰을 만들고자 애써온 결과 우리 스스로도 놀랄만한 성과들을 일궈냈습니다.
국민신뢰 확보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인사비리·부정부패·인권침해의 관행을 기적처럼 개선하였습니다. 인사를 둘러싼 추문은 사라졌고, 이제 누구에게나 인사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민중심 활동’과 ‘현장존중’이 치안행정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G20과 핵안보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뒷받침하여 안전한국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하였습니다. 전세계 언론이 한국 경찰의높은 역량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쾌거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국민생활 보호’와 ‘법질서 확립’에도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조폭을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일진 등 조직화된 폭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습니다.
엄정하면서도 유연한 법집행으로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권보호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고 특히 전의경 가혹생위를 근절시켰습니다.
경찰의 역할과 책임에 걸맞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도 진일보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57년만에 처음으로 수사주체성을 인정받았으며, 경감 근속승진, 대규모 직급조정과 파격적인 초과근무수당 증액으로 현장 경찰관들이 고생하는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회정의와 경찰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부정부패 척결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어떤 국가기관도 손대지 못했던 ‘룸살롱황제’ 이경백을 구속시켰던 것도 우리 경찰이었습니다. 이경백과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파면,해임 6명을 포함하여 40명을 징계했을 만큼 곪은 살을 스스로 도려냈던 것이 바로 우리 경찰이었습니다. 이경백 사건은 2006년부터 2008년, 길게 잡아도 2010년 이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찰 모두가 죄인의 심정으로 국민들께 진심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죄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질책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찰동지 여러분!
뼈를 깎는 자정노력으로 일궈낸 성과 때문에 오히려 엄청난 비난을 초래하였지만 결코 실망해서는 안됩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포자기 심정으로 과거로 돌아가서는 절대로 안될 것입니다. 결코 위축되어서도 안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깨끗해졌습니까?
2006~2010년 5년간 연평균 83건 발생하던 금품수수 비위가 작년 한해 13건으로 줄어들었고 특히 작년 9월23일 이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적이라고 일컬을 만큼 이미 우리는 변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경찰이 부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 모두 하나되어 일궈낸 기적과도 같은 성과가 제대로 알려질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진실이 제대로 알려질 그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입니다.
저는 2012년 4월 이 시점에서 경찰이야말로 대한민국 단속규제 담당기관 가운데 가장 깨끗한 기관 중의 하나라고 확신합니다.
지금과 같이 부정부패근절 노력을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결국 우리 경찰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미 경찰이 흘린 땀과 그 성과에 대해 우리사회 일각에서 제대로 평가하기 시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높아지고 ‘할 수 있다’는 신념은 강해졌습니다. 이 모든 공이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입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경찰 동지 여러분!
저는 비록 떠나지만 경찰 조직은 영원합니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새롭게 힘을 내야 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멈춰서는 더욱 안됩니다. 실추한 명예와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뼈저린 반성과 진지한 성찰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코, 낙담하거나 좌절해서도 안됩니다. 제비 한두 마리 오지 않았다 해서 봄이 오지 않았다고 하지 않습니다.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우리 경찰은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모은다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우선,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생각을 담은 경찰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국민의 신뢰는 경찰의 생명이자 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강조했던 ‘주체성’과 ‘정체성’을 확립하여 명실상부한 안전과 인권의 수호자로 우뚝 서야 합니다.
보다 성의있는 업무자세로 국민 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경직된 사고와 낡은 의식을 말끔히 씻어내야 합니다. 깨끗해진 지금의 모습을 계속 지켜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도 선구자가 되어 주기 바랍니다.
강자에게 추상같이 당당하면서도 서민의 아픔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경찰이 되어주기 바랍니다.
편법과 반칙에는 엄정히 맞서되, 다양한 목소리가 법질서의 틀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우리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앞장서주기 바랍니다.
수사구조개혁은 사법정의실현을 열망하고 있는 국민입장에서도 꼭 해결돼야 할 과제입니다. 법집행과 인권가치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도 여러분께 남겨 두고 떠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찰은 국민이 키우는 자식과도 같습니다. 잘못은 따끔하게 꾸짖어 주시되,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도 잊지 말아주십시오.
필요한 인프라와 법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데도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특히나 수사구조개혁과 경찰력 증원은 ‘조직이기주의’도 ‘제 밥그릇 챙기기’도 결코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기 위한 바람이자 염원입니다. 경찰은 열 배, 백 배의 성과를 창출하여 최고의 치안서비스로 화답할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하고 헌신적인 경찰 동지 여러분!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여러분에게 짐만 남겨놓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든든한 여러분을 믿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겠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목표를 향해 모든 열정을 쏟았을 때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복했습니다.
예! 행복한 경찰관이었습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동지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들은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토록 갈망했지만 미처 못다 이룬 꿈들은 여러분이 반드시 이뤄주기 바랍니다.
저 역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뜨거운 가슴으로 염원하겠습니다.
전국 경찰가족 여러분의 건승과 대한민국 경찰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이렇게 불러봅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2012년 4월 30일
경찰청장 조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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