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고비 대비해… " '현금' 꽉 쥐고 있는 유럽은행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5-08 17:0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들 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지원받은 막대한 현금을 시중에 풀지 않고 위기 상황을 대비해 꽉 쥐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유럽 대형은행 10곳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현금은 약 1조2000억달러다. 이는 지난해 12월보다 12%, 2010년 말보다 무려 66%나 늘어난 금액이다.

WSJ는 이러한 경향이 올해 1분기 은행의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유럽은행들은 정치적 리스크와 함께 금융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신용등급 강등 시 고객들이 돈을 대거 인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ECB는 유럽은행에게 지난 9월부터 두차례에 걸쳐 1조달러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빌려줬다. ECB는 시중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정위기국의 국채 매입을 유도하기 위해 건넨 자금이다. 그러나 유럽은행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오히려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은행은 ECB의 LTRO를 통해 채권시장에서 평균 860억 파운드 가량을 풀 것으로 관측됐지만 4월 기준 겨우 240억 파운드만 팔아치웠다.

실제로 스페인의 신탄데르 은행은 ECB로부터 지난달 400억 유로를 빌렸으나 중앙은행에 그대로 예치하고 있다. 신탄데르가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은 지난 3월말 기준 1120억 유로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970억유로, 1년 전보다 760억 유로가량 늘어난 규모다.

ECB에서 114억 파운드를 빌린 로이드의 현금보유액은 지난 3월말 기준 780억 파운드로 지난해 말보다 30%로 증가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중앙은행 예치금도 3월 말 현재 820억 파운드로 지난해 말보다 크게 증가했다.

RBS의 브루스 반 사운 금융 팀장은 “험난한 시기에는 은행의 안전이 가장 최우선 과제다”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 시장은 개선됐지만 유럽에서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럽 은행들이 ECB의 막대한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예치하는 이유는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평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지난 2월 114개 유럽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검토하고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드의 안토니오 호르타 CEO는 “신용평가사는 로이드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고객이 자금을 대거 인출할 경우를 막기 위해 자금을 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의 경우 올해 만기가 돌아올 채권을 대비해서다. 스페인 은행권의 채권 만기 규모는 610억유로다. 이탈리아 은행은 430억 유로의 채권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