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9월 11일과 12일, 태국의 언론들은 우리의 수해상황을 사진과 함께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당시 집중호우로 한강의 제방이 붕괴되어 123명이 사망하고 18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농경지 5000ha가 침수됐다. 당시 태국 언론은 우리의 수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한 것이다.
2012년 3월 26일 태국의 방콕포스트는 '홍수대책, 총리를 감동시키다'라는 제하의 기사로 잉락 총리의 한국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태국은 한국의 물관리 전략을 활용할 것이라는 잉락 총리의 말을 인용했다. 지난해 10월 대홍수로 태국을 떠났던 해외 투자기업들에게 태국으로 돌아와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잉락 총리로서는 한강홍수통제소와 이포보에서 목격한 우리의 4대강 사업이라면 까다로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던 것 같다. 22년 만에 한국은 태국에 치수의 모델이 되는 나라가 되었다.
태국만이 아니다. 3월 26일 우리 정부와 4대강 사업 기술협력 MOU를 체결한 후, 모로코의 에너지수자원부 장관은 이번 MOU가 모로코 정부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평가하고 이른 시일 내에 한국의 기술지원단을 파견하기를 기대한다고 해, 당장 다음달에 지원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콜롬비아, 파라과이 등 중남미 국가도 꾸준히 우리의 4대강 사업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2(Global Green Growth Summit)'에 참석차 방한한 세계물위원회 루익포숑 회장도 고령 강정보를 방문해 기후변화 대응과 물관리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세계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당장 수해와 가뭄으로 절박함을 느끼는 국가들이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을 더 높게 평가해주지만, 그 절박함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유난히 추워진 겨울과 한 달 안에 3개의 태풍이 몰려오는 여름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사정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은 우리와 세계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회의에서 보듯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전지구적 대응은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필요한 때에 실천되기 어려운 반면,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을 대비하는 국가적 대응으로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덕분에 지난 여름의 큰 비에도 예년에 비해 피해가 10분의 1에 그쳤고, 이것은 4대강 사업 효과의 실증적 증거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간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를 인재(人災)로 치부하면서 사람만 정신차리고 있으면 재해는 없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1999년 23조, 2003년 43조, 2007년 87조원의 수해방지대책은 발표만 되고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 하지만 농민의 눈물, 수재민의 아픔 앞에서 'NATO(No Action Talk Only)'는 우리의 선택일 수 없다는 결단이 있었던 것이고, 자연재해에 대해 선제적 대응으로 4대강 사업은 추진되었다. 이러한 결단은 얼마 전에 끝난 '제6차 세계물포럼'에서도 확인된다. 'Time for Solution(이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라는 모토 하에 '실천'이 강조됐던 이번 포럼에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한국이 물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대표적 나라라고 강조했다.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처럼 4대강은 진실과 거짓의 혼돈에서 정치선동의 재물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때마다 4대강 사업을 같이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독일까 고민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벌써 400여만명이 넘는 국민이 4대강을 방문했고, 지난주부터 시범운영 중인 4대강 국토종단 자전거길을 종주한 이도 벌써 나오고 있다. 이제 4대강 현장은 세계의 국가지도자가 방문해 통합적 물관리가 무엇인지를 직접 보고 결단을 내리는 곳이 되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축적된 우리 경험과 기술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다. 우리가 만든 4대강 사업의 경험을 한국전쟁에 참전해 우리를 도와준 친구의 나라 태국과 공유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 의미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쓰여진 소중한 경험이 기술수출을 통해 태국 국민을 위해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우리 국민에게 더 큰 자신감과 확신으로 세계와 만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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