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것이 잘못인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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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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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현 부국장 겸 정치사회부장

올 여름 날씨는 무덥고 비도 많이 내린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무더운 날씨도 버거운데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잠룡들까지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잠룡이 벌써 10여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잠룡은 많은데 진정으로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선거용과 선거후용이 달라 왔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여름은 여러 모로 무덥고 짜증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 중에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에게는 특허를 낸 단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이 크며 이로 인한 불투명한 앞날에 대해 모두가 불안해 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잠룡들은 어려운 경제와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입장을 알지 못하고 있다.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있다.

잠룡들이 부잣집 도련님처럼 곱게 살아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 잠룡 중에는 그런 인물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는 어렵게 살다 성공한 인물일 것이다. 잠룡을 포함해 정치인들에게 꼭 필요하고 지켜야 할 덕목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진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일관성일 것이다.

탁신 전 태국 총리는 "기업 경영과 국가 통치는 차원이 다르더라"고 말한 적 있다. 과거 우리는 대기업 전문경영인으로 성공했기에 국가 통치에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쳤던 그를 믿었고, 오늘날 실망에 빠져 있다.
그랬던 우리는 현재 2m 깊이의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했으니 바다도 두려워 할 일이 없다고 하는 어리석은 사람의 한 마디에 온 나라가 요동을 치기도 한다. 이를 부추기는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도 있다. 우리는 이제 이런 인물를 가려내야 할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어떤 예측이나 판단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 기성 정치인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진정으로 우리를 위하는 인물을 가려내는 것이다.

정치권은 상식이 통하는 인물을 국민 앞에 내놓고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권은 먼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철저한 자기성찰 후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시간이 가면 경제는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할수록 문제는 더 어렵고 복잡해진다는 것을 몰랐다.

또 우리가 하루 세 끼를 못먹고 철 따라 옷도 옳게 입지 못했으며, 변변한 참고서 하나 없이 학창시절을 보낸 적도 있었다. 이때마다 좀 더 맛있는 음식을 해먹이고, 철 따라 옷을 해입히면 되는 것으로 착각했다. 보습학원이나 예능학원에라도 보내주면 기 죽지 않고 훌륭하게 잘 성장해서 사회의 일원으로 뿌리 내릴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사랑을 베푼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나약하게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조금만 소홀히 해도 감기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는데, 참으로 어리석었던 것이다. 비록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살지만 사는 바탕이 전혀 달라졌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사랑을 쏟고 정성을 들이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필요 없는 간섭과 잔소리가 됐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옛말에 '아이들 크는 걸 보면서도 어른 늙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잠룡이라면 이 같은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18대 대통령이 되겠다는 잠룡이라면 '내가 그동안 몰랐다. 아니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진솔된 마음으로 먼저 국민에게 다가가는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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