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로 산업계 전반의 수출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업종의 경우 대미 수출이 탄력받으면서 업황이 호조를 보이거나 경기부담을 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북미시장 수출에 날개 달아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수출(국내생산)은 한미FTA가 발효된 지난 3월 이후 5월까지 전년동기대비 8.3% 늘어난 85만2099대를 기록했다. FTA 최대 수혜주로 꼽힌 부품 수출액도 매월 20억~21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기록, 올들어 두 자릿 수(10.8%) 성장률을 지키는 중이다.
이 같은 수출 증가를 견인하는 건 단연 북미 시장이다. 북미 시장은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전년동기대비 37.0% 늘어난 32만69대를 판매, 전체 수출에서의 비중을 28.3%로 높였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 증가율은 16.1%다. 북미지역 자동차 판매 37.0%의 증가율은 지역별로도 아프리카(40.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시장 전문가는 “미국 시장의 수요 회복과 평균 단가 상승이 수출 증가에 보탬이 됐다”며 또한 “자동차 부품도 현지생산 확대 등으로 중국을 제외한 주요 지역에 대한 수출이 꾸준히 호조를 보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분기 미국의 자동차 수요는 345만6000대로 전년동기대비 13.4%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평균단가도 같은 기간 2.7% 증가했다.
◆섬유, 중국시장 침체에 미국이 버팀목
자동차와 더불어 FTA 수혜업종인 섬유류는 세계 경기 불황으로 침체를 겪고 있지만, 대미 수출만은 선방하고 있다. 전체 수출은 지난 4월 전년동기대비 7.3% 감소했다가 5월 3.3%의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이 저조한 이유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 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우 최근 2개월 연속 15%대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대미수출은 4·5월 각 8.5%, 4.2% 증가율을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섬유 수요 둔화에 면화 풍작, 재고 증가, 화섬사 가격 안정화가 바이어의 가격인하 압력으로 이어져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높은 수출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수출이 저조한 가운데 미국은 점진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FTA효과로 수출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섬유류 중에서도 특히 완제품이 FTA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학섬유협회 관계자는 “의류 완제품은 그간 동남아지역과 중국산이 미국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FTA 이후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수출이 많이 늘었다”면서 “화학섬유는 산업용으로도 쓰이는 단섬유(스테이플섬유)가 조금 늘었다”고 말했다.
◆대미수출기업 73%, "FTA 긍정적"
한편 자동차·섬유뿐만 아니라 대다수 대미수출기업들은 FTA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미수출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한미 FTA 3개월, 효과와 활용애로’를 조사한 결과, 한미 FTA의 영향에 대해 기업의 72.6%가 ‘기업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 질문은 500명의 국민에게도 행해졌는데, 국민의 66.8%도 ‘경제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FTA는 내수나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국제화할 좋은 기회”라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원기관 등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FTA 지원역량을 잘 결합해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가 애로를 직접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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