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금융시장이 호조를 나타낸 것은 단지 몇시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스페인 국채 10년만기 수익률은 전날보다 30bp 상승한 6.54%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해 6.47%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4월이후 최고치다. 또한 독일 국채 수익률과 차이도 520bp로 벌어지며 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불안감은 이탈리아로 번졌다. 10년만기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25bp 상승해 6.04%를 기록했다. 스페인 증시는 0.5% 하락하며 마감하고 이탈리아 증시도 2.8%나 떨어졌다.
WSJ는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도리어 투자자에게 스페인 스스로 위기를 벗어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신뢰는 회복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스웨덴 총리도 유로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충분한 노력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음을 경고했다.
또한 이번 구제금융이 은행부문에 국한됐기 때문에 스페인 정부의 부담은 더욱 늘어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RBS의 피닉스 칼렌 여신 전략 담당자는 "스페인에 대한 조치는 위험을 민간에서 공공 부문으로 이동시킨 것뿐"이라면서 "스페인 정부의 재정이 더 나빠졌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은행이 이번 조치로 기력을 회복해도 투자자들이 계속 스페인 국채를 사들일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스페인은 은행 뿐만 아니라 정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책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스페인 은행에 대해 매서운 평가를 내렸다. 피치는 11일 스페인 최대 국제은행인 방코 산탄데르와 BBVA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이들 은행이 스페인 신용등급이 하락한데다 내년까지 스페인 경제가 경기후퇴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됐다며 강등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피치는 지난 7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나 하향조정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날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으나 스페인이 1000억유로를 빌리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14년까지 3년간 80%를 넘어선다고 경고했다.
한편 스페인의 구제금이 유로환정화기국(ESM)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서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ESM을 통해 구제금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도 유사시 공공채권단이 유리한 ESM보다는 EFSF에서 지원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U의 올리 렌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1일 “어떤 채널이 동원될지가 곧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소식통들은 오는 21일 소집되는 유로 재무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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