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잦아지다 보니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궁극의 차’ 는 뭘까. 그래서인지 처음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떤 차를 타는지, 또 어떤 차를 타고 싶은지 묻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에는 수입차의 인기를 반영하듯 수입차를 꼽는 치도 많다. 특히 요샌 V사의 T 기종이 인기가 좋은 것 같다. 돈이 무제한이라고 가정하면 어떨까. 차를 좋아하는 치는 P사나 F사 같은 명품 스포츠카 브랜드를 꼽는다. 의외로 차에 별로 관심 없다는 남자도 상당수다.
그러기를 벌써 2년여. 꽤 많은 데이터가 쌓였다. 이 대로면 최다 득표 차종이 ‘궁극의 차’일 수 있다고 할 만 하다. 하지만 질문을 적게 잡아도 1000번 이상 반복한 결과, 조금 다른 결론을 얻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는 ‘신뢰할 만한 기업이 만든 신차 대부분’이라는 결론이다.
모두 좋다고 하니,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다. 각 브랜드, 각 모델마다 수치화 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또 모든 신차는 적어도 수천억원을 들여 고심 끝에 만들어졌다.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지 몰라도 틀린 차는 없다. 다를 뿐이다. 대개의 회사의 사운을 건 신차를 절대 엉터리로 만들지 않는다. 신흥국에선 얘기가 다르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아니다. 품질 역시 상당히 평준화 됐다.
개인이 판단할 것은 그 차가 사용되는 주된 용도, 운전자의 금전적 여력, 디자인에 대한 기호, 중고차 값을 가늠하는 브랜드의 (예상) 가치, 딜러의 친절도, 운전자의 가치관 등 정도다. 대체로 만족시키는 차가 ‘최고의 차’다. 절대적 수치는 안전성 뿐이다.
3년 만에 단종된 불운의 국산 스포츠카 ‘엘란’, 왕년의 국민 경차 ‘티코’ 역시 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최고의 차로 꼽고, 여전히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마음먹기에 따라 지금 자신이 타는 차가 최고일 수 있다. 물론 결정적 결함이 없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어쨌든 소수점을 넘나드는 수치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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