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지속성은 통상 인플레를 상승시키는 충격이 발생한 후 인플레이션이 이전 수준 또는 장기균형 수준으로 복귀하는 속도 및 기간을 말한다. 쉽게 말해, 지속성이 높을 경우 물가가 한번 오르면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24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의 김태정 선임연구원 외 2인은 'BOK 경제리뷰 :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지속성'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지속성의 특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추정결과, 2000년 이후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은 0.00으로 나타나 지속성이 거의 없는 반면 근원물가 인플레이션은 0.58로 비교적 수준이 높았다. 이는 즉, 소비자물가 인플레는 다음 분기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나 근원물가 인플레는 6개월 뒤에도 30~40% 정도 남아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근원물가지수 구성 시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석유류와 농산물 등을 제거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며 "현 수준이면 충격이 1/4 크기로 축소되는 데에 약 3분기 정도 걸린다"고 분석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국내 인플레이션 지속성은 신흥시장국보다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의 경우 미국은 0.07, 유로지역 0.39, 중국 0.77, 브라질 0.55였으며 근원물가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유로 지역이 각각 0.70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또한 "지난해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이 이례적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것은 지속성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전년동기대비라는 지표자체의 속성과 농산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충격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부항목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의 지속성은 낮은 수준이나 개인서비스의 경우 자체 인플레이션 지속성도 높고, 개인서비스 가격에 대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여타 항목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물가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은 절대수준 면에서 그리 높지 않았다.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수입물가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은 국내 근원물가 인플레이션에 비해 지속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근원물가 인플레 지속성이 주로 국내요인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김 연구원은 "통화정책 운영 시 물가안정목표의 대상지표인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과 함께 근원물가 인플레이션 동향에 매우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원물가 인플레 지속성이 높을수록, 이를 물가안정목표까지 낮추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근원물가 인플레이션이 통상 해당 경제에 내재된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고 지속성도 높다"면서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이 같더라도 농축수산물, 석유류, 개인서비스 등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세부항목에 따라 지속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부항목별 동향에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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