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라호이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스페인은 현재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며 "EU정상회의에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긴급한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은 더이상 너무 높은 대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금융기관들의 시장 접근도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또이어 "이러한 위기는 스페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도 발생하고 있는 현상으로 매우 중대하고 긴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라호이 총리의 발언이 EU정상회의에서 독일을 압박하는 마지막 신호라고 전했다. 이날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은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치인 7.29%까지 치솟았다가 6.81%를 기록했다. 독일의 국채 간 스프레드는 여전히 5%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 소매부문 판매는 저년대비 4.9%나 떨어졌으며 전달은 지난해보다 무려 10%나 하락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2분기 경제가 마이너스 0.3% 성장을 기록했던 1분기보다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은 -1.7%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은행권 위기를 막기 위해 빌린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공공 부채를 증가시킨다고 우려했다. 스페인을 위해선 이번 EU정상회의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직접적인 은행 지원이 필요하지만 독일의 반대로 실행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씨티그룹 관계자는 "스페인은 매우 위험한 상태"라며 "스페인 정부가 곧 EU에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스페인 은행 뿐만 아니라 스페인에 진출한 유럽 은행들도 자본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는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ING방크 등 유럽계 은행들이 스페인에 수십억유로의 자본을 투입했음에도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페인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광범위한 건전성 심사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자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내달 말에 금융권에 대한 회계감사가 끝나면 스페인에 진출한 유럽계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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