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잇따른 ‘조사방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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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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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과 SK에 이어 LG전자도 조사방해<br/>-물리적 충돌만 안하면 최고 과태료 ‘껌 값’…개정안 시행도 재제 실효성 ‘글쎄’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일단 막아.”

최근 한 베터랑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이 출입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토로한 말로 이는 현장조사를 나가면 먼 발치서 들려오는 익숙한 메아리 소리라고 설명한다.

지난 1998년부터 지금껏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방해한 사례는 끊임없이 불거져오고 있는 문제다. 불공정거래행위 증거 수색을 위한 ‘경제검찰’의 등장이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방해 공작은 당연한 통관의례처럼 여겨지고 있어 관련 법규가 더욱 강화되어야한다는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으로 조사방해에 대한 형벌 부과가 가능해졌다.

기존 최고 2억원의 과태료로 규정돼 있던 조사방해 행위 중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진입 저지·지연 등 물리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2억원 이하 벌금의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

최근 삼성과 SK에 이어 LG전자도 조사를 방해해 소속 직원과 함께 총 8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지만 지난일로 이번 개정안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문제는 법 시행안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소위말해 기업들 입장에서는 과태료가 ‘껌 값’으로 물리적 충돌만 빚지 않는 선에서 징역형만 피하면 된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정위가 조사방해로 과태료 처분을 내린 기업 수는 18건이다.

지난 1998년부터 삼성자동차가 1억2000만의 과태료를 시작으로 삼성카드, 현대상선, CJ, 귀뚜라미보일러, 삼성토탈, 삼성전자, 현대하이스코, 세메스, INP중공업 등을 적발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컴백(?)으로 SK, LG전자 등이 바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 기업은 출입지연, 증거자료 파기, 담당자 잠적, 허위자료 제출 등 방해 방식도 제각각이다.

공정위 조사관은 이마저도 양반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청와대와 행정부가 잇달아 재벌기업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지적한 뒤 나온 첫 대기업 제재 과정에서의 조사방해는 과히 충격적이다.

지난해 7월 SK그룹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조사 당시 SK C&C의 임직원들은 조직적인 방해공작을 펼쳤다.

대관업무를 총괄하던 김모 상무 등 임직원들은 사전 모의를 통해 공정위가 영치한 핵심자료 빼돌리기에 기습작전을 펼쳐 폐기했다.

다행히 관련 사본을 보유하고 있던 공정위는 이들의 죄질에 대해 법정 최고한도액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인 2억원, 조사방해 주도자 5000만원 등 법정 최고한도액은 ‘껌 값’일 수밖에 없다. 해당 기업이 ‘껌 값’을 대납할 수 있는 심상도 커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내가 오너라면 조사방해를 전담한 직원을 다른 계열사로 진급 인사시켜 고액연봉자가 될 수 있도 있지 않겠느냐”며 우스개 농담까지 전하는 형국이다.

민간 공정 연구원은 “규제 당국의 제재 선에서만 그칠 문제는 아니다”며 “재벌 감시단체 등 시민 단체들이 현장 조사를 방해한 임직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형사 고발하는 시스템이 자리잡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0일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 현장 조사를 방해한 삼성과 SK 임직원 등에 대해 형사 고발 계획을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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