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세종시 이전 연장, 공무원 이기주의인가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세종시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만 더 늦춰달라는 것이죠. 이 상황에서는 짐을 싸기도 뭐합니다."

얼마 전 만난 국토해양부 한 고위공무원 A씨의 이야기다. 그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시기를 내년 이후로 늦출 것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다. 이전 연장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부처 조직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해양수산부 부활을 비롯해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부활, 중소기업부 신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통합 등이 논의되고 있다. 통상 대선 후 인수위원회가 조직개편의 칼을 빼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선에서도 여러 가지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대선 이전에 세종시로 이미 이전을 마치는 정부 부처가 있다는 것이다. 9월 이전하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국토부와 기재부 등도 연내 세종시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당장 내 직장이 어떻게 바뀔지, 그래서 어디로 발령날지 모르는 판국에 무작정 세종시 주택을 분양받아 내려가기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세종시로 내려가는 공무원 중 상당수는 아직까지 주택을 마련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세종시로 이전하는 소속 공무원 1만452명 중 30%는 아직 거처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어디 가서도 세종시 이전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다. '철밥통'인 공무원이 따지는 게 많다는 눈초리가 무섭기 때문이다.

세종시 이전은 국가 백년대계다. 국토부 청사 하나를 이전하는 데만도 130억원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대선 후 정부 부처가 개편된다면 그 곱절의 예산이 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효율적인 이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상 부작용은 없을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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