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루피아는 최근 6개월간 달러대비 3%나 하락했다. 주변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 달러와 말레이시아 링깃보다 하락세가 가파르다.
인도네시아는 통화뿐만 아니라 증시·채권도 부진하다. 올해 초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제는 풍부한 천연자원에 힙입어 지난 15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며 인도네시아는 까다로운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등급을 부여받기도 했다. 무디스는 지난 16일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으로 유지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6.5%였으며 올해 1분기엔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사상최대치인 56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유럽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적었기 때문에 유럽발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자국 금융산업을 지키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줄어들었다. 인도네시아는 일반은행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투자를 99%까지 허용했으나 단일 주주의 지분으로 제한하며 외국인 투자를 규제했다. 또한 과일·야채 등 수입 농산물에 대한 제약도 강화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결국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통화 가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증시도 주변국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다. 올해들어 필리핀 증시는 14%, 태국 증시는 16%나 증가한 반면 인도네시아 증시는 3% 상승에 그쳤다.
WSJ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인 투자 장벽에 대한 빗장을 풀지 않는다면 예전과 같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도네시아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했다는 점은 원자재 시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HSBC의 페리 코조드조 외환전략가는 “인도네시아는 경제적 환경에 불확실성이 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길 꺼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