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금리 조작 파문 은행권으로…업계 "담합 의혹 말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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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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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파문이 증권업계를 넘어 은행권으로 전이되고 있다.

시중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도 CD 금리가 높게 유지된 것은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까지 가담해 금리를 높게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D 금리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들이 각종 대출과 파생상품 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CD 금리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CD 발행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금리 조작은 어불성설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CD 금리의 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금융회사들이 금리를 담합했다는 데 대해서는 의구심을 드러내 당국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 은행권 "CD 발행하지도 않는데 황당"

공정위는 18일 CD 금리 조작 관련 조사대상을 은행으로 확대하고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SC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 조사원을 파견했다.

대출 및 파생상품 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은행들이 CD 금리를 담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CD 발행을 자제해 왔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은행 예금 유입액이 급증하면서 굳이 CD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년 동안 CD를 발행하지 않았고, 국민은행도 지난 2월 이후 CD 발행 기록이 없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D 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CD 금리도 대출금리 산정 기준으로서의 대표성을 상실하고 있는 만큼 금리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가계대출 중 CD 연동 대출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1년 동안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CD 연동 대출 비중은 5~10%가량 줄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발행하지도 않는 CD 금리를 높이기 위해 은행들이 증권사를 압박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CD 거래량이 워낙 줄어들다보니 시중금리 지위도 상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공정위, "앉아서 수익 챙겨" VS 금융당국, 금리담합 "글쎄"

공정위는 은행들이 CD 금리를 올리지는 않았더라도 현재 수준이 유지되도록 담합을 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 643조원 가운데 시장금리 연동 대출은 49%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이 CD 금리에 연동된다. CD 금리를 0.5%포인트만 높여도 은행들은 1조5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시중금리가 낮아져도 CD 금리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앉아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라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정위에 파악 중이고, 당국에서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말할 게 없다"며 "공정위 조사가 끝나면 당국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공정위 조사에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한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영국 '리보금리 사태'와 최근 CD 금리 조작 의혹을 비슷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데 대해 "거래도 안 되는 CD에 대해 증권사나 은행이 금리를 창조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증권사가 CD 금리를 동일하게 제출하도록 은행들이 압박을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그만큼의 메리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금융 관련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협의도 없이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데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팽배하다.

이 때문에 이번 CD 금리 조작 의혹이 당국간의 신경전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공정위가 금감원이나 금융위를 제쳐놓고 조사를 벌이면서 시장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 면밀히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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