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서 개최된 제179회 경총포럼 초청 강연자로 나서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고자 합니다'란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인구라면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웬만한 나라보다 많고, 싱가포르보다 훨씬 큰 공화국"이라며 "이를 맡은 사람이 서울에 '올인'하지 않고 다음을 생각하니 자꾸 큰 것을 보여주려 하고, 그러다보니 많은 문제들이 쌓였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그 예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 치적 사업으로 꼽히는 청계천을 들었다. 그는 "도시의 재생이 세계적 트랜드고 굉장히 잘한 프로젝트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서 정말 정교하게 옛날 모습을 복원했다면 (청계천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됐을 것"이라며 "너무 급하게 진행하니 제대로 복구하지 못하고 유물 등이 중량물재생센터에 방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독일의 쾰른 대성이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작품처럼 도시엔 정치함과 집요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시가 직면한 채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취임한 후 채무를 갚아야 할 상황에 몰려 옴짝달짝할 수도 없었다"며 "(20조가 넘는 예산 중) 신규 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이 4000~5000억원 규모"라며 시 재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7조원 감축이 목표"라며 "제 관용 차량을 줄이는 것부터 꼼꼼히 해나갈 것"이라며 18조원이 넘는 서울시의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시장은 뉴타운·재개발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서울에만 뉴타운 재개발 구역이 1300곳이 넘는다. 최근 7년간 구역 지정이 2004년 전보다 평균 5.7배 급증했다"며 "서구의 평지 기반 도시계획은 산과 강으로 이뤄진 서울에 맞을 리 없다. 아파트 위주의 고층 중심 개발계획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임 오세훈 시장 도시계획의 오판이라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한 포럼 참여 기업인들에게 "기업가적 입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서울시도 하나의 기업이다. 나는 행정가 이기 전에 경영자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이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만남이 중요하다. 서울시도 그동안 소통이 부족했다. 소통은 많은 아이디어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기업들도 여러 사람을 만나야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시장은 향후 역점을 두고 추진할 것으로 관광을 꼽았다. 그는 "맥킨지에서 컨설팅(중간보고)을 받았는데 2가지 산업(관광,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얘기했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사업 유치와 호텔산업 육성, 마이스 사업 활성화를 비롯 전체적인 서울만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여러 각도로 준비 중"이라며 "위기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 이것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해내야 할 일"이라면서 강연을 마쳤다.
[사진 =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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